내가 한참 집주인과의 트러블로 스트레스를 받던 시절, 동생은 너무 좋은 집주인을 만났었다. 동생네 집주인분들은 한국인 커플이었는데 두 분도 타지 생활을 하며 다양한 일을 겪었던지라 동생의 처지를 잘 이해해 주었다. 퇴근할 시간에 맞춰 데리러 오기도 하고, 혼자 있는 동생을 위해 온갖 한식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덕분에 동생은 타지에서 외롭지 않게 잘 지낼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동생이 믿고 의지할 사람이 생겨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심 질투하는 마음도 가졌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진심으로 기뻐해주지는 못했다. 그러면서도 이러는 내 모습이 참 미웠다. 동생에게 질투하는 마음을 갖다니, 스스로가 좀 멋없게 느껴졌다.
사실 내게 동생은 늘 (나보다) 운이 좋은 사람이었다. 항상 뭔가를 갖기 위해서 노력하는 건 난데, 별생각 없이 흘러가는 대로 사는 동생이 더 좋은 결과를 얻는 순간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 순간들이 쌓이면서 나는 조금 억울한 마음이 들었던 거 같다.
그러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여행을 하면서 동생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자세히 듣게 되었는데 동생도 여러 고민을 갖고 있었다. 동생은 집은 잘 구했지만,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반면 나는 직장에서 스트레스는 없지만, 집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누구나 각자의 문제를 가지고 있고, 내 삶의 문제는 언제나 더 크고 중요한 일처럼 여겨진다는 것. 누군가의 입을 통해 수없이 들었던 이야기가 이제야 실감이 났다.
먼저 삶을 살아낸 사람들 덕분에 우리는 종종 삶을 사는 태도에 대한 깨달음을 얻곤 한다. 하지만 결국 머리로 이해한 것들이기 때문에 진정 깨닫고 실천하기는 어렵다. 마치 연인과의 싸움에서 연인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감정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수많은 책과 사람들을 통해 수많은 교훈을 배웠음에도 막상 그 상황이 되면 또 누군가를 부러워하고, 내 상황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며 내 삶을 한탄했다. 그러다 동생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그동안 체화하지 못한 채 머리로만 스쳐 보낸 많은 삶의 태도들을 진정 이해하게 됐다.
타인의 경험을 통해서 알았더라면 좋았겠지만, 내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것들만이 오래도록 내 삶에 남는다는 것을 알기에 아쉬움은 없다. 다만 스스로 경험해야 알 수 있는 게 삶이라면 굳이 타인의 삶에 답답함을 느끼거나, 길게 조언하지는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