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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국화 Apr 01. 2020

저녁 7시, 나를 위해 요리하는 시간#1

내가 누군데

얼마전 얼굴을 가리고 노래하는 예능프로를 보는데, 얼굴가린 참가자에 대해 어떤 게스트가 이렇게 말했다.
"목소리가 지문인 사람"
그런 말을 들을수 있는 사람이 어찌나 부럽던지
비록 노래는 젬병이지만 나의 글은 나의 지문이었으면 좋겠다.
내가 누구라 밝힐 필요없이, 글 한줄이 나의 지문이자 나의 명함이고 싶다.

잘못된 문서나 서류를 보완해 달라고 연락하면 내가 누군데라고 말하는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어떤 사람은 본인의 대기업 경력을 들먹이고 어떤 사람은 학벌을 들먹인다. 말하지 않아도 제출한 서류만 보면 이 사람 꽤 경력이 되나보다, 아 이 사람 전공자구나 싶은 그런 서류들이 있다. 그러다 보면 이후에 제출된 그 사람의 서류는 검토하기도 전에 신뢰하게 된다. 업무능력이 곧 그 사람의 지문인데, 경력이나 학벌을 내세우지 않더라도. 미치지 못하는 업무능력이라면 차라리 그 경력과 학벌 숨기는 게 덜 창피하지 않을까?


재료를 딱히 밝히지 않더라도 맛이 곧 지문인 식자재들이 있다.
김치 한포기로 안보이게 덮어도 존재감 드러내는 돼지등갈비
뽀얀 고깃기름에 김치가 투명해질때까지 끓여주기만 하면 그냥 맛있다.
취향따라 다르겠지만 김치 1/4포기에 등갈비 한 대(약 550그램 정도)를 냄비에 넣고 재료가 푹 잠길 정도로 물과 김칫국물을 넣고 끓여준다. 화력 좋은 가스렌지라면 30분만 끓여도 다 익지만, 30분 더 끓여서 맛을 보면 눈이 번쩍 뜨인다.
다른 건 필요없다. 돼지잡내를 잡아주게 청주 두 스푼, 조금더 새콤하고 시원한 맛의 비결은 식초 한 스푼.
김치도 돼지등갈비도 본인 맛이 지문이니까.
인간의 노력이나 실력은 그닥 필요치 않다.
아, 요리 전 돼지등갈비 핏물제거(두시간 정도)는 잊지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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