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빵

함부로 버리기엔 소중한 당신

by 푸른국화

녹즙기를 샀다. 다들 집에 모셔놓을 거라 말렸지만 3주간 이틀에 한번 꼴로 당근주스를 만들어 먹었으니 이만하면 타인의 걱정과 달리 본전은 뽑은 것 같다. 하지만 왜 모셔놓고 안 쓰게 된다했는지 이유는 알 것 같다. 녹즙을 내고 남은 음식물과 설거지 감 처리가 보통일이 아니다. 그래, 설거지 감은 조금 귀찮은 정도로 넘길 수 있다. 하지만 녹즙을 내린 후의 잔유물들은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찌꺼기라 불려지면 안 될 것 같은 아이들을 찌꺼기라 부르며 버리자니 이들을 키워낸 지구와 태양과 대자연에게 큰 죄를 지은 기분이 든다. 뒤통수가 몹시도 따갑다. 아까워서 통에 고이 담아 보관해봤자 애꿎은 전기만 더 쓸 뿐이다. 매일 숟가락으로 퍼 먹을 것도 아니고, 3일 치만 모아도 김치통에 가득인데 냉장고에 보관한들 어쩌겠다는 것인가. 양심의 가책을 2-3일 미룰 뿐이지 결과는 같다.


어차피 통에 고이 담아 냉장고에 보관해도 결국은 음식물쓰레기통행이라 미련 갖지 말고 바로바로 처리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색감을 보라. 비타민 팡팡 터질 것 같은 색감인데 음식물쓰레기라니.......

식욕 도는 색감과 포슬포슬한 모습에 당근케이크가 떠올랐다. 당근케이크가 맛있으니 당근 카스텔라, 당근 스콘 다 맛있지 않을까.

그래서 집에 있는 노브랜드 비스킷 믹스에 섞어보기로 했다.


♧ 재료 : 노브랜드 비스킷 믹스 1개, 당근 찌꺼기 비스킷 믹스 양의 2/3, 꿀 적당량, 건포도 한 줌, 우유 2/3 종이컵


재료를 한꺼번에 다 넣고 반죽을 만들어준다. 노브랜드 비스킷 믹스 뒷면의 조리법에는 우유를 종이컵으로 1/2컵 넣고 반죽하도록 되어 있지만 당근 찌꺼기를 넣었으니 우유 양을 조리법보다 늘려준다. 그리고 믹스에 단 맛이 거의 없기 때문에 꿀 한 스푼 넣었다. 건포도와 당근에서 단 맛이 나기 때문에 많이 넣을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빵은 달콤해야 제 맛이니까.



반죽은 주걱으로 가루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대충 섞어준다. 비스킷 믹스와 스콘 믹스는 반죽이 엉성해야 식감이 산다. 대충 섞은 반죽은 적당한 크기로 모양을 잡아 에어프라이어에 돌려준다. 180도로 10분, 뒤집어서 170도로 7분 돌렸는데 좀 덜 돌렸으면 나을 뻔했다. 조리법에는 180도 20분이랬는데 우리 에프 성능이 너무 좋은가 봐.



어차피 모양은 굽히면서 다 흐트러진다. 살짝 호박빵 느낌도 나는 것이 맛은 좋다. 당근 케이크랑은 또 다른 맛이다.



당근주스랑 같이 먹으면 세상 건강해지는 기분. 지구에게도 나에게도 조금은 덜 미안해지는 날이다. 다음번엔 핫케이크 가루, 도넛 가루로 도전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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