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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국화 Aug 09. 2021

經濟學 vs. 經營學

문과생은 구분 좀 합시다

예전에 다녔던 회사 연수 과정 중에 재무관리 관련 강의를 수강한 적이 있었다. 내 기준에서는 생소한 용어들과 이론을 짧은 시간안에 이해하는 게 버거웠는데 수료기준에 평가까지 포함되어 있어서 엄청 스트레스 받았었다.

함께 수강하는 동료들도 전공분야가 제각각이라 나처럼 연수 내용이 생소했던 사람들도 있었고, 조금 편하게 수강하는 동료들도 있었다.  

 

강의가 마친 후 한 동료가 본인의 이해력에 자괴감이 든다며 한숨을 쉬길래 나도 맞장구를 쳤다.

"나도 오늘 강의는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어."

그랬더니 다른 동료가 나를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학부 전공이 뭐였죠?"

형식은 의문형이지만 실질은 의문형이 아닌 말이었다.

너 경제학 전공해놓고 왜 엄살이냐는 말을 돌려서 하는 말이었다.

그의 의도가 보여서 몹시 기분이 상했지만 나는 아무말 하지 못했다.

평소에도 묘하게 나를 경쟁상대로 의식하는 그가 또한번 나에게 적의를 나타내자 당황하고 말았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그가 야, 너 학교에서 다 배워놓고는 또 내숭이냐고 직설적으로 말했다면 나도 학교에서 배운 적 없거든, 넌 학교에서 배운 거 다 아냐며 유치하게 아웅다웅하다 친해졌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적의를 숨겼고 나는 그의 적의를 모르는 척 했으니, 우리 둘다 퇴사하는 순간까지 우리의 관계는 쇼윈도 동료에 그쳤다.  


아무튼 그날 그의 이유없는 적의보다도 나의 심기를 건드린 것은 그가 인문사회계열 전공자임에도 불구하고(심지어, 전공이 뭐냐고 물으니 자율전공이라, 경제학도 조금 했었고, 경영학도 조금 했었고, 행정학까지 했었다고 말하는 그였다.)  '경제학'과 '경영학'을 혼동하는 것이었다. 경제학과 경영학은 완전히 다른 학문이다. 이공계열이라면 혼동할 수도 있다. 인문사회계열 전공자인 나도 이공계열 학과명만 보고는 잘 감이 오지 않을 때가 많다.

하지만 인문사회계열 전공자가 경영학과 경제학을 같은 '경'자 돌림이니 형제 정도로 생각하는 것은 지나치게 안이하다는 생각이 든다.


영어로만 생각해보아도 쉽게 구분이 간다. 경제학은 영어로 Economics, 경영학은 Business Administration이다. 영어 알파벳으로 써 보면 둘은 전혀 닮은 구석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초록창에 경제학과를 검색해 보면, 한정된 자원을 이용한 최선의 선택에 대한 문제를 다룬다'고 설명하고 있고, 경영학과를 검색해 보면, '조직을 관리하고 운영하기 위한 마케팅, 조직, 인사, 생산 관리, 재무 관리 등 기업 경영에 대한 지식을 배운다'고 설명되어 있다.





경제학과 경영학은 학문의 목적와 연구방법론이 엄연히 다른 학문이다. 물론 최초에 분화되지 않았던 형태로 출발하였을 것이고 미래에는 결국 통합학문이 대세다 보니 이런 구분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당연히 모든 상항에서 이 둘을 이분법적으로 정확하게 구분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구분이 불가능한 영역에서까지 둘을 정확하게 나누자는 말도 아니다.


구분을 하고 안하고 자체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어떤 교과과목이 어떤 학문에 속하는지, Economist 보고서와 Analist 보고서는 무슨 차이인지를 모르면서 학문의 구분이 의미없다는 핑계를 대는 것은 너무나 졸렬하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도 이공계 학과의 전공은 잘 구분하지 못한다. 그러니 이공계 전공자들이 경제학과 경영학을 혼동하는 것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인문사회계열 전공자가 구분을 못하는 것은 반성 좀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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