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법 없이 처벌해도 되겠습니까
그 총구 언젠가는 당신을 향하게 됩니다
상담을 하러 오는 사람들이 하는 말 중에 나를 정말 화나게 하는 말이 있다.
바로 본인이 처벌하고 싶은 그 사람이 법을 위반하지 않았지만 어떻게든 혼내달라는 말이다.
"법 위반이 아니면 어떻게 제재할 방법이 없습니다."
"아니, 참 답답하시네. 그런 사람들(아니면 회사들)이 법을 어기겠어요?
어떻게든 불법이 안되게 하겠죠."
법망을 아주 교묘하게 피해서 법 위반이 안되게 나쁜 짓을 하는데
법 위반이 아니라서 혼내주지 못하면 우리같은 사람들은 억울해도 당하고 있으라는 말이냐고.
그런데 들어보면 억울해 죽겠다는 일들이 그렇게 법망을 쏙쏙 피한 진짜 나쁜 짓이 아닐 때가 더 많다.
가령, 그들이 말하는 억울한 상황이란, 자기가 일을 훨씬 잘하고 경력도 오래되었는데
경력도 얼마 안된 젊은 직원을 데려와서 자기보다 연봉을 많이준다, 이거 나한테 나가라고 하는 거 아니냐와 같은 상황이거나.
회사는 분명히 그만두라는 말을 꺼낸 적도 없는데 원하는 업무를 시켜주지 않으니 나가라는 말이나 마찬가지이고, 이는 부당해고라고 자가발전하거나.
분명히 과반노조의 동의를 얻어 회사규정을 변경하였는데 본인은 동의한 적 없으니 회사 대표가 아주 죽일 놈이라거나.
내가 그들의 친구라면, 아니 하다못해 그들이 선임한 대리인이라면 덮어놓고 그들 편을 들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 소속으로 일하는 사람이 법을 위반하지 않은 어떤 다른 국민을 제재는 커녕 비난조차 해서도 안 되는 거 아닌가?
법은 없지만 누군가를 제재해 달라고 떼를 쓰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답답하다.
누구도 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불이익한 처분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그토록 오랜 세월동안 목숨걸고 싸워온 것 아니었나?
이제서야 어떤 국민도 법에 의하지 않고는 국가로부터 제재를 받지 않게 되었다.
이렇게 되기 위하여 꽃다운 대학생들이 고문을 당하고 죽어 나갔었다는 사실을 그새 잊은 것일까?
합의되지 않은 정의를 내세워 법을 무력화하는 것이 과연 정의인가?
우리나라는 성문법 국가이다. 그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법으로 해결이 안되니 찾아왔죠."
법으로 해결이 안되는데 법을 집행하는 기관을 찾아오면 어쩌란 말인가?
법으로 해결이 안돼서 언론이나 시민단체를 찾아간다면 모르지만.
법을 집행하는 기관에 와서 법 없이 누구 하나 죽여달라니, 정말 우리가 그런 권력을 가져도 괜찮을까?
절대왕정시대가 아니고서야 근세를 넘어선 이후로는 최악의 독재자라 하더라도 무법으로 권력을 휘두르지는 못했다. 그 권력으로 법부터 바꿔서 권력을 휘둘렀으면 휘둘렀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누구도 법 없이 어떤 국민에게 제재를 가할 수 없다.
그래서 다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살고 싶어하는 것이다.
쟤 나쁘니까 법 없이도 때려줘.
그렇게 때릴 수 있게 되면 다음 차례는 당신이 될 수도 있다.
잊었나 본데, 가장 위험한 권력 그리고 가장 개인에게 잔인하였던 것은 조폭도, 기업도, 악마도 아니었다.
바로 국가였다. 우리나라에서 그것은 그리 오래 전이 아니다.
ps. '아니 참 답답하시네'
저도 참 답답합니다만 차마 이 말을 내뱉지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