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인생 최고의 여행지가 어디냐고 묻는다면 나는 단연코 로마가 일등이다. 로마 어디가 그렇게 좋았냐고 묻는다면, 카피톨리노 언덕과 캄피돌리오 광장. 엥? 하고 의아해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등이 어디냐고 물으면 뉴욕. 엥? 엥? 이쯤되면 4차원 중에서도 4차원이다 할지 모른다.
로마가 인생여행지인 이유는 사실 별 거 아니다.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특별한 친절을 만난 것도 아니다. 다녀와서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거나 최소한 큰 영감을 받았던 것도 아니다. 특히 우기를 빼고는 태양 빛이 유난히 강한 로마에서 카피톨리노 언덕을 오른다는 것은 전혀 유쾌하지 않다. 그런데 왜?
땀을 뻘뻘 흘리며 카피톨리노 언덕을 힘들게 오르자 눈앞에 펼쳐지는 탁 트인 캄피톨리노 광장. 두리번두리번 둘러보면 눈에 채이는 조형물들은 하나같이 위대한 예술가의 작품들이었다. 셀럽들이 너무 아무렇지 않게 서있어서 현실감각을 잊게 만들던 그 때. 눈부시게 내리쬐는 햇살 사이로 드러나 고대도시의 모습, 포로 로마노. 눈을 뜨기 힘들정도로 강한 햇살 사이로 드러난 포로 로마노의 모습은 사진을 찍어놓은 것처럼 내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다.
에이~ 그게 뭐야란 반응이 당연하다. 여행 내내 유난히 들떠서 정신 못차리던 나의 모습에 내 친구는 다음 휴가지를 이탈리아로 결정했고, 경로를 정하던 친구의 로마 어디가 좋았냐는 물음에 카피톨리노 언덕이라 대답할 정도로 돌아와서까지 정신을 못차렸다. 다녀온 친구의 소감은 한마디. 덥더라. 더워 죽을뻔 했어.
하지만 내게는 로마가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20대의 어느 해는 로마사에 흠뻑 빠져서 덕질을 하던 때였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시작으로 로마사, 이탈리아 역사, 고대 로마의 셀럽들의 책 등을 한동안 덕질했었다. 그렇게 덕질하며 내 나름대로 상상해온 로마의 모습이 있었다. 특히 일곱개의 언덕과 광장에 대한 시오노 나나미의 찬사를 읽으며 오랫동안 머리속에 그려왔던 이미지. 아마도 이렇겠지라고 생각해온 아주 오래된 모습이 있었다. 하지만 직접 마주한 현실은 상상과 기대 이상이었다. 오랫동안 만들어 놓았던 조악한 사고의 틀이 폭발하듯 한번에 깨지는 순간이었다.
에이~ 그냥 폐허일뿐잖아. 사실이다. 사진으로 보면 오래된 돌무덤, 폐허에 불과하다. 하지만 내게는 특별하다. 아주 오랜세월 편지로만 사랑을 키워온 첫사랑을 노년에서야 처음 만나게 되었는데, 상상해온 모습보다 훨씬 기품있고 건강하게 늙은 모습이라면 그 때 얼마나 벅찬 감정이 들까. 남들에겐 그저 쭈글쭈글한 늙은이일 뿐이지만.
그래서 로마는 잊지 못할 모습으로 내 마음속에 남아있다. 강렬한 인상에서 득점이 컸지만 그게 다였다면 인생여행지 순위에서는 밀렸을지 모른다. 이탈리아는 여행하는 내내 행복하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현지인들의 유쾌함은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 되게 하는데, 그런 점에서 더욱 그라시아, 이탈리아!! 여성에게 유난히 친절하고 호의적인 현지인들과 사진찍기를 포기하기에 이른 볼거리들. 그와 함께 이탈리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음식이다. 아무리 눈호강인 여행도 음식이 맞지 않으면 곤욕일 수 있다. 하지만 어디에서 먹어도 맛있는 피자, 설명이 필요없는 커피와 젤라또, 단 10유로에도 아주 맛있는 와인, 입에서 녹는 스테이크.... 눈호강에 입호강까지, 또 한번 그라시아, 이탈리아!!
그런데..... 그런 이탈리아에서 영 입에 맞지 않는 음식이 하나 있었으니 그건 바로 파.스.타. ????? 못믿겠지만 이탈리아 현지 파스타는 한국 파스타만큼맛있지 않다(물론 우리 입맛에). 피자는 확실히 맛있다. 하지만 파스타는 단언컨데 한국이 훨씬 낫다(우리 입맛에). 그리고 나의 유일한 고객은 말한다. 파스타는 여기가 맛집이라고.
매운 토마토 파스타
스파게티면은 타이머 맞춰놓고 딱 8분만 삶는다.
면 삶을 때 소금은 밥숟가락으로 한스푼, 그리고 올리브유를 한티스푼 정도 넣고 같이 삶아준다. 면에 간이 베고, 면끼리 들러붙지 않도록.
소스는 시중 토마토소스를 사용하는데, 생토마토를 조금 더 넣어준다. 방울 토마토 다섯개, 또는 큰 토마토 하나 정도. 토마토를 익혀 먹으면 건강에도 좋다고 한다. 들어갈 부재료는 기호에 따라. 나도 매번 냉장고 사정에 따라 다르다. 꼭 넣는 게 있다면 소세지와 양파, 버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