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묵탕

슬기로운 포장음식 활용법

by 푸른국화

벌써 1년.

코로나로 일상이 멈춘지 거의 1년이다.

한동안 주춤하던 확진세가 다시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는 상향 조정되었다.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는지라 붐비는 시간대를 피해 출근하느라 일찍이 집을 나섰다.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길목엔 이 동네 이름난 맛집 삼인방이 간판을 나란히 하고 있다. 가운데 집은 꼭두새벽부터 사장님이 문을 열고 장사준비를 하시는데 몸도 고단하실테지만 요즘 같은 때 마음은 얼마나 힘드실까. 코로나 이후로 손님이 눈에 띄게 줄자 양쪽 두집은 문을 닫는 날이 잦아 지는데 가운데 집은 꾸준하시다. 그것도 항상 이른 아침에, 일반 회사원들 출근시간 훨씬 전에 문을 여시고 저녁 늦게 문을 닫으신다.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히 장사준비를 하시던 사장님 모습이 떠올라 퇴근길에 저녁꺼리나 포장해 갈까 싶었다. 으슬으슬 추워진 날씨라 이 집 대표메뉴인 시원한 생대구탕 생각에 입맛이 다셔진다. 하지만 이런 날씨라면 재료소진으로 일찍 마감하실지도 모른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종종걸음으로 내딛기 시작했다.


- 혹시 생대구탕 1인분 포장되나요?

얼마전부터 배달앱을 통해서 배달 서비스도 시작하신 것 같지만 요즘 같은 때 배달앱 수수료라도 덜어드리고 싶었다. 저녁 손님이 북적일 시간인데 식사 손님은 고작 한 테이블. 텅 빈 가게 내부는 바깥만큼 썰렁하다. 속상하고 의욕이 없을 만도 한데 주방을 맡은 사장님도 서빙을 하는 아드님도 친절하시다.


- 네 포장됩니다.1인분 포장해 드릴까요?

- 공기밥이랑 밑반찬은 안주셔도 돼요. 집에 가서 한 번 끓여 먹을 거에요.

이 집 밑반찬도 참 맛있는데 플라스틱 용기 하나라도 줄여보려, 공기밥이랑 밑반찬 안주시면 사장님 백원이라도 더 남으시려나 해서. 그래서 결제도 현금으로 했다.

퇴근길에 생대구탕 포장이 가능해서 다행이지만 오래된 맛집도 코로나에 장사없구나 싶어 마음이 좋지는 않다.


그런데 사장님 인심은 이 어려운 시기에도 여전하신지, 집에 와서 다시 데우려 냄비에 옮겨보니 이게 무슨 1인분이야, 3인분도 더 되겠다. 사장님 이렇게 파시고 남는 게 있으시긴 하신지.



살이 꽉찬 대구 몸통도 큼지막하게 두 토막, 알이랑 곤이도 넉넉하게 넣어주셨다. 뜨끈하게 한 그릇 먹었더니 추위도 피로도 싹 가신다. 배 부르게 먹었는데 반도 못 먹었다. 똑같은 메뉴를 연달아 먹기는 싫고 아까운 음식을 버릴 수는 없다. 그래서 언젠가 먹어야지 하고 냉장고 넣어두면 끝내 버리고 만다. 그렇다면 다음날 고급 라면을 끓여볼까, 칼국수가 어울릴까, 뭘 해볼까 생각하다 어묵탕이 떠올랐다. 어류국물에 어묵탕이 잘 어우러질 것 같다.


이미 훌륭한 육수가 있으니 레시피랄 것도 없다. 대구탕에 이미 무도 들어있으니 대파만 더하여 국물을 한번더 끓여준다. 육수는 이것으로 끝. 정갈한 국물을 위해서는 국물이 끓은 후 채에 한번 걸러주는 것도 좋다.

그리고 국물이 끓으면 한 국자는 어묵 간장을 만들기 위해 덜어준다. 어묵에 곁들일 간장은 육수 한 국자, 간장 한 국자, 파, 청량고추, 깨소금을 넣어준다. 참기름은 넣지않는 것을 개인적으로 선호한다.



어묵을 깨끗한 물에 헹군 뒤, 끓는 육수에 넣고 푹 끓인다. 어묵 두께에 따라 끓이는 시간은 다르겠지만 조금 퍼졌다 싶어야 밀가루 냄새가 덜 난다. 기호에 따라 떡이나 만두를 넣어줘도 좋다.



먹고 남은 대구탕 국물로 끓인 어묵탕은 기대 이상이다. 지금까지 먹어 본 어묵탕 중에 단연 최고! 어묵을 끓여내면 대구탕 국물은 완전히 다른 맛이 된다. 먹고 남은 포장음식이 완전히 새로운 한 끼가 되었다.


고난의 시간이 얼른 종식되길 바란다. 성실한 자영업자분들이 너무 큰 시련은 겪지 않으시길, 이 힘든 시기를 잘 견뎌내시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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