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진자가 다시 늘어나는 추세라 사회적거리두기 단계도 조정되고 재택근무도 다시 시행되었다. 서면작성이야 컴퓨터만 있으면 어디서든 할 수 있는 업무이고 상담전화는 휴대폰으로 돌리면 되니 나의 업무특성상 매일 재택근무해도 무관할 것 같으나 아직은 우리사회가 눈에 보여야 일을 한다고 인식하니 눈치가 보인다. 그래서 재택근무하는 날은 행여나 전화 한통이라도 놓칠까봐 화장실도 못가고 굳이 필요하지 않은 업무메일도 남발하는 경향이 있다. 나 집에서 노는거 아니에요, 열심히 일하고 있어요라고 티를 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재택근무는 8시59분까지 침대에 누워있을 수 있고 편한 차림으로 일할 수 있는 아주 큰 메리트가 있다. 점심 메뉴도 내 마음대로 골라 편하게 먹을 수 있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서면작성에 집중할 수 있다. 그렇지만 9시부터 18시까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것보다 훨씬 긴장하고 눈치보게 된다.
솔직히 사무실에 출근해도 어찌어찌하다 보면 오는 전화 반은 못 받을 때도 있는데 재택근무하면서 전화 못 받으면 근무태만인 것 같은 기분. 그래서 오전 내내 긴장했다가 12시가 되니 겨우 긴장이 풀렸다.
점심은 간단하지만 맛있는 것이 먹고 싶다. 추워진 날씨에 어울리게 뜨끈한 국물도 먹고 싶다. 하지만 어디 맛집을 찾아 나설 수는 없다. 이 동네 직장인들 점심시간이라 대기도 길고 번잡하다. 역시나 사무실 출근해서는 눈치봐서 조금 일찍 나갔다가 조금 늦게 들어올 수 있지만 재택근무 중에는 점심시간 칼같이 지키지 못하면 근무지 이탈인 것 같은. 무엇보다도 집에서 나가지 않아도 되는 오늘 같은 날 점심 먹으러 나가기는 너무 아깝다. 오늘은 무조건 집콕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냉장고 사정에 맞게 간단하지만 맛있는 점심메뉴를 고민해 본다.
그래서 오늘의 메뉴는 뜨끈한 국물이 있는 맛있지만 간단한 차돌호박칼국수!
- 재료 : 냉동차돌, 호박, 간마늘, 후추, 국간장, 청량고추, 파
달군 팬에 후추로 밑간한 차돌을 볶는다. 소금간도 해주면 차돌이 더 맛있을 것 같지만 국물간이 베이고 김치를 곁들일테니 나트륨 섭취를 줄이기 위해 후추 밑간만 했다.
차돌이 어느 정도 익어가면 간마늘 반 숟가락을 같이 볶아준다. 간마늘은 탈 수 있으니 불을 줄이고 참기름을 같이 둘러준다. 물론 차돌기름만으로도 기름기름하지만 식물성 기름이 동물성 기름의 분해를 돕는다고 하니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적당히 넣어주는 것이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육수를 따로 사용할 필요는 없지만 우거지국 끓이기 위해 우려놓았던 북어 육수가 있어서 사용하였다. 칼국수 전문점에서 차돌은 따로 볶아 고명으로 사용하길래 차돌은 접시에 따로 담아두고 차돌볶은 팬만 국물 끓이는데 사용하려고 했더니 맹물 아니고 따로 우려낸 육수를 사용했는데도 국물에서 깊은 맛이 덜하다. 그래서 차돌도 다시 국물 속으로 투하. 시골호박을 넙적하게 썰어서 육수, 볶아낸 차돌과 함께 차돌을 볶아내었던 팬에다 팔팔 끓였다. 칼국수면은 건면을 사용하였다. 생면을 사용하면 더 쫄깃한 식감을 느낄 수 있지만 깔끔한 국물맛을 위해 면을 따로 삶아 내어야 하고, 간이 잘 베지 않아서 맛있게 끓여내기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도 생면은 유통기한이 짧아서 사다 놓으면 제대로 못 먹고 버리기 일쑤다. 그래서 장볼 때 집었다가 다시 놓으면 필요할 때 없다. 어쩌다 사다 놓은 칼국수면이 있으면 유통기한이 한참 지나서 못 먹는다.
건면을 한 번 접한 후로는 건면을 애용하는 편이다. 식감은 생면보다 덜하지만 간편하고 유통기한이 길어 쟁여둘 수 있고 면 자체에 간이 되어서 웬만하면 맛있다고 느끼며 면을 따로 삶아내지 않더라도 비교적 국물이 탁해지는 정도가 덜하다.
면이 달라붙지 않게 가끔 저어준다. 국물이 끓으면 파 한줌, 청량고추 한줌 넣고 다시 한소끔 끓여준다.
감자가 있으면 감자도 넣어주고 양파가 있으면 양파도 넣어준다. 시골호박은 구하기 어려우니 애호박으로 대신해도 좋다. 야채는 냉장고 사정에 맞게, 기호에 맞게 넣어주면 된다.
뜨끈하게 한 그릇 먹으니 12시 50분. 아직 10분이 남았다.
설거지하고 커피 한잔 타면 딱 맞을 것 같다.
그 어느때보다 퇴근이 기다려지는 오늘. 아무도 눈치 주지 않지만 혼자서 눈치보는 소심한 성격 탓을 하며 그 어느날보다 절실히 집에 가고 싶다. 이미 집에 있지만 격렬하게 집에 가고 싶어진다.
- 2020. 11.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