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글의 공통점
글을 쓸 때 어떤 주제로 어떻게 글을 쓸 지 구상을 하는 것처럼 그림도 뼈대를 먼저 세워야 한다. 뼈대를 세우는 것. 그게 바로 스케치다.
눈, 코, 입을 서로의 위치에 맞추어 위치를 잡아 본다. 눈 끝은 코 망울 어디쯤을 지나는지, 입끝은 눈을 기준으로 어디쯤 있는지, 코끝과 윗입술 거리와 아랫입술에서 턱까지 거리는 어디가 더 먼지, 양 눈 사이는 눈 크기와 비교하여 어떤지 이리저리 맞추어 본다. 크기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맞추고 맞춘 뒤론 더 중요한 작업. 바로 대칭 맞추기.
양 눈은 같은 높이에 있는지, 코와 입은 얼굴의 정중앙에 있는지, 귀의 높이가 같은지, 귀의 크기가 같은지 등. 물론 사람의 얼굴은 완벽한 대칭이 아니고 조금씩 틀어져 있다. 좌우 차이가 많이 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림의 최대 장점은 미화에 있다고 생각하므로, 뒤틀리고 비대칭인 채로 조금더 닮는 것 보다는 그 사람의 특징, 이미지만 살리고 최대한 좋은 인상으로 그려주고 싶다.
대칭이 되려면 보조선을 잘 활용해야한다. 눈과 코끝, 입 위치를 잡을 가로선과 얼굴 중앙을 맞출 세로선을 미리 그어 놓고 이목구비 위치를 잡은 후에 보조선은 지운다.
스케치만 완성한 상태에서만 보면 과연 사람 얼굴이 될 수 있을까 싶다. 그런데 조금씩 명암을 입힐수록 얼굴에 윤곽이 나타난다. 연필 하나로 입체감이 생기는 게 신기하다.
그런데 글도 퇴고가 중요하듯 그림도 다 그린 후에 수정이 더 중요하다. 나는 한 동안 눈썹을 눈 앞머리보다 바깥쪽에서 시작해서 그렸다. 눈썹이 눈을 감싸는 모양새여야 하는데 눈 앞머리 위엔 항상 눈썹이 비어 있는 것이다. 사람마다 자주 하는 실수가 있다. 그러므로 다 그린 후에 반드시 수정을 해야한다. 그런데 내가 쓴 글 오타는 죽어도 안 보이는 것처럼 그림도 고친다고 고쳐도 픽사티브(정착액) 뿌리고 나면 그때서야 보이는 게 또 있다.
요즘 눈썹은 실수를 안 하는데 그림마다 시선처리, 눈 끝의 방향을 놓쳐서 아쉬울 때가 있다.
사람 모양새가 되려나 했는데 명암을 넣으니 얼추 사람 모습이 되었다. 왼쪽을 바라 봐야 하는데 눈동자가 정면이라 아쉽. 정착액을 뿌리고 나서야 눈에 들어 왔다. 많이 그리면 늘겠지. 그림도 글도 양이 질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