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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국화 Apr 22. 2020

저녁 7시, 나를 위해 요리하는 시간#16

기억 속으로

당분간 육류중단 선언 24시간째.

과다까지는 아니더라도 확실히 고기를 많이 먹는 편이다 보니 슬슬 건강이 걱정되었다.

당분간이 3일 넘기면 성공인 육식녀는 벌써부터 고기 금단증상이 나타나니,비건까지는 절대 불가이고 사실 페스코도 자신이 없어서 페스코와 폴로를 왔다갔다 하는 것으로 타협했다.

( * 비건 : 육류와 생선은 물론 유제품 등 동물성 식품은 거부하고 식물성 식품만 섭취, 페스코 : 유제품, 알류, 어류는 먹는 채식주의자, 폴로 : 가금류까지는 섭취하는 채식주의자)


육류 없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반찬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보니 언젠가 정말 맛있게 먹었던 생선구이가 떠올랐다. 원래도 생선을 좋아하긴 하지만 몇년전 일본 소도시 히타를 여행하며 호텔 조식으로 먹었던 생선구이는 잊을수 없는 인생 생선이었다. 천천히 기억을 더듬어 봤다. 생강향이 나면서 간장에 졸인것도 같으면서 살결이 쫄깃하니 육고기 식감이면서도 담백한 맛.

흉내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불매운동과 코로나 여파가 있기 전까지 일본은 참 좋은 여행지였다. 대도시는 대도시 나름의 즐거움을 주고 소도시는 소도시 나름의 여유와 아기자기한 멋을 보여준다. 그 중에서도 히타는 모든 것이 만족스러운 여행지였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몇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인 관광객이 많지 않아 조용하고 여유롭게 여행을 즐길 수 있었고 음식, 온천, 분위기 뭐하나 아쉬운 게 없었다.



히타는 후쿠오카 근교의 아주 작은 도시이다. 깨끗한 물이 풍부해서 온천이 유명하고 양조장과 맥주공장등 술과 관련한 산업이 발달했었다고 한다. 코로나도 불매운동도 끝나고 나면 꼭 다시 한번 가고 싶다. 무엇보다도 올드타운의 좁은 골목길을 지나 탁 트인 맑은 호수로 이어지던 그 길을 다시 한번 타박타박 걸어보고 싶다. 꽃은 지고, 아니 피기 전이었었나, 우산만한 잎만 가득하였던 연지에 꽃이 핀 모습을 꼭 보고 싶다.



지금 당장 갈 수는 없지만 그 때 그 맛이라도 다시 한 번.



손질된 무염연어를 구입했다.  꼼꼼하게 낱개포장되어 보냉상태로 배송된다. 퀄러티 대만족! 다만 연어가 원래 그다지 가성비가 좋은 생선은 아니다보니 양은 아쉽다. 아껴 먹어야지....


허브소금과 후추로 밑간을 한 후 깊이가 깊은 팬에 기름을 두르고 중불 이상에서 구워준다. 구울수록 기름이 많아진다. 아 맞다. 그래서 어느 블로거가 기름을 적게 두르라 했었지...지금 생각났다, 또르르...

태우지 않도록 노릇해진다 싶으면 한 번 뒤집어 준다.

적당히 노릇해지면 약불로 속까지 익혀준다. 속까지 익었다 싶으면 기름을 닦아내어 주고 볶은 생강 한 꼬집, 간장 적당히, 식초 살짝, 채썬 양파 적당히 둘러 조린다는 기분으로 익혀준다.  양은 대중이 없다. 사실 가스렌지 2구의 한 구는 연어구이, 나머지 한 구는 들깨감자국 동시조리한다고 영혼은 가출해서 대체 얼마를 넣었는지 기억도 안난다.

아무튼 히타에서 먹었던 그 생선구이는 생강향이 났던 것 같고, 짭조름하면서 진한 생선 맛이었다. 대충 그 맛을 낼만한 재료를 조금조금씩 넣어봤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쯔유 반스푼 둘러서 마무리. 일본식 생선구이니까.

결과는?

우와 그 맛이 맞다, 히타에서 먹었던 그 맛.

이렇게 추억소환. 나는 맥주 한 잔과 좀더 즐겨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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