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D-3
의원면직 문서가 떴고 오늘은 사장님께 마지막 인사를 드렸습니다. 마지막 출근일은 아니었지만 이번주 남은 날들은 사장님께서 외부일정이 있으셔서 인사드릴 날이 오늘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이거 섭섭해서 어떡하지. 많이 아쉽네요."
"사장님, 저도 섭섭하고 아쉽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팀장님 나간다니 다들 아쉬워하더라고. 모든 직원들이 아쉽대. 정말로 고생많았고 다음에도 좋은 사람 들어올지 걱정이네."
말씀만도 너무나 감사하고 따뜻했습니다. 이제 회사를 나가면 아무래도 흐려질 수밖에 없는 인연들을 생각하면 울컥합니다. 퇴사해도 종종 연락하자 말하지만 다들 저마다의 삶이 빠듯하니 연은 점점 약해 질 것이고 그나마 끊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적어도 어느 한 쪽이 부단히 노력을 하여야 합니다. 하지만 사장님은 제가 종종 봅시다할 수 있는 분이 아니라서 더 더욱 아쉽습니다. 혜안과 인정을 두루 갖추신 사장님을 만나뵙게 되어 저도 영광이었습니다.
아쉽다는 말이 이렇게 따뜻한 말인줄 미쳐 몰랐습니다. 시간 내어 송별회를 해주고 그냥 보내기 아쉽다며 선물을 건네는 사람들. 너 생각보다 잘 살았네라고 하지만 사실은 제가 좋은 사람이기보다 그들이 좋은 사람들입니다. 많이 그리울 것입니다. 인생에 별 유난할 것 없는, 일상적인 이별일거라 생각했는데 가슴이 뻥 뚫린 것 마냥 쓸쓸하고 먹먹합니다.
훈훈한 스토리는 여기까지.
떠나는 마당에도 밉상들은 여전히 밉상이었으니.
"소문이 사실이었나보네. 언뜻 듣긴 했는데 내 입장에서 물어보긴 그렇잖아. 김앤장이나 그런데, 다 알만한 큰 데 가는 거면 나갈만 하니까 축하하도 하지, 그런 것도 아니고."
하하, 이런 사람은 의도가 있는 겁니까, 없는 겁니까? 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성인이 의도없이 그럴리는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도 저는 의도가 없다고 생각해 보렵니다.
"퇴사하더라도 직원들이 업무 때문에 연락하면 받아주고. 직원들한테 고맙다면서. 업무 때문에 연락하면 잘 받아 주세요."
그 직원들은 남의 직원들인가 봅니다. 이제 직원들이 업무상 의사결정을 의논하면 팀장 공석일 땐 부장이 결정해야지요, 부장님아. 님아, 무슨 소리입니까?제가 먼저 말해도 이제 갈 길 가라 해야지, 제가 ,퇴사통보한지가 한 달이 넘었고 인수인계를 마쳤은데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입니까?
대게는 그동안 고생했다, 아쉽다, 건승을 빈다 말해 줍니다. 여러분 덕분에 따스했고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만은 없다는 걸 마지막까지 느끼게 되는 것이 또 회사라는 곳이겠지요.
요즘 인기 드라마 <<달까지 가자>>의 정다희와 같은 사람이 존재하지만 강은상도 분명히 존재하는 곳, 그곳이 바로 회사라는 곳입니다.
나의 모든 강은상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정합니다. 그리고 나의 모든 정다희여, 영원히 안녕! 그리고 모든 다해들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