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장어구이

어떤 반응

by 푸른국화

나는 편스토랑이라는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편이다.

편의점 신메뉴 개발이라는 컨셉도 흥미롭고 한개성하는 패널들이 이어나가는 대화도 즐겁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날의 주제가 되는 식재료에 대한 정보도 얻으며 요리 꿀팁, 영감도 얻게 된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의 가장 좋은 점은 자신들이 개발한 메뉴로 경합을 벌이는 출연자들이 보여주는 다른 출연자들 메뉴에 대한 태도이다. 신메뉴 개발이라는 방송 취지상 출연자들은 자기만의 비법, 평범하지 않았던 시도들을 보여준다. 라면을 빵에 넣어 먹는다거나, 멘보샤를 빵 대신 표고로 만들어 보거나, 고추참치로 피자를 만드는 시도들을 한다. 그런 시도들에 대해서 다른 출연자들은 우와 어떻게 저런 생각을 했지, 맛있겠다, 이건 당연히 맛있지 등의 감탄을 쏟아낸다. 신메뉴 경합 예능이기 때문에 당연한 반응일지 모른다. 어쨌든 누군가의 어떠한 시도에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당연한 그들만의 세계가 부럽다.


나는 내가 생각하지 못한 어떠한 생각들을 해내는 사람들에게 항상 감동한다. 타인에게 무해한 시도들은 언제나 감동이고 응원하며 덕분에 나도 한번 해봐야지 한다. 내가 하는 어떠한 시도들에 대해서도 그렇게 봐 주는 사람들이 많다. 어쩜 그런 생각을 했니, 재미있겠다, 한번 해봐, 해보고 나도 알려줘 이런 대화들은 밝은 기운을 전파한다.

하지만 그게 뭐야, 왜 그런걸 하는데, 그건 해서 뭐해, 왜 하는거야라는 식의 반응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너까지 하라는 게 아니고 나나 하게 내버려두라는 것이므로 그들의 이해나 지지는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그들의 반응엔 힘이 빠진다.


-크림파스타에 청량고추를 넣어봤어

-오, 너도 해봤구나. 그것은 신의 한수!

이러한 대화를 원한다.


-크림파스타에 청량고추를 넣어봤어

-헐;; 얘봐 파스타에 고추라고? 그게 뭐야?

무안하기도 하지만 이런 세상은 재미가 없다.

그래서 점점 말이 줄어든다.


어쨌든 요리는 나에게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재미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여러가지 시도를 해본다. 참신한 신메뉴 개발까지는 못하더라도 저기에서 본걸 여기에다 응용하는 정도를 꾸준히 시도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은 바다장어에 카레옷을 입혀 구워내 보기로 하였다.



재료 : 분말카레, 구이용 바다장어


1.구이용 바다장어를 한입 크기로 자른다.

2. 깨끗한 비닐에 카레가루를 넣고 한입 크기 장어를 넣어 쉐킷쉐킷

3.기름을 넉넉하게 둘러 튀겨내듯 구워낸다.끝.



이 방법을 쓰면 간단하지만 카레가루가 과도하게 많이 묻거나 골고루 묻지 않을 수 있다. 한장한장 정선껏 옷입혀 내면 얇은 카레옷을 골고루 입힐 수 있겠지만, 이 방법으로 구워내도 맛이 나쁘지는 않다.



사실 처음부터 카레가루를 입히려던 것은 아니었고 부침가루에 튀기듯 구워내려 했었다. 동네맛집에서 이런 방법을 쓰는데 반응이 참 좋았다. 장어는 진한 향과 기름진 맛 때문에 즐기지 않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런 사람들에게 그 집 장어구이가 특히 더 인기였다. 그래서 따라해보려 했는데 사둔 부침가루가 유통기한이 한참 지나버렸네ㅠㅠ

그러다 문득 우리 어머니가 가끔 생선에 카레가루 입혀 구워주시던게 생각났다. 생선을 좋아하지 않는 내동생도 카레가루 입혀 구워낸 삼치, 고등어는 잘 먹었다.

그래서 시도한 카레장어구이. 원래 장어를 좋아하지만 이렇게 먹으니 별미였다. 재시도 의사 100!



엄청난 창의력이나 대단한 노력을 들이는 거창한 시도를 하는 게 아닌데 쓸모를 찾는 말로 힘 빼는 사람들은 피하고 싶다. 쓸모 말고 재미 좀 추구하며 살아보자. 쓸모는 할 만큼 하고 있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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