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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국화 Nov 10. 2020

나의 퇴사일기

저는 비매너퇴사자입니다 #3편

----------------------------(2편에서 계속) -----------------------------------------------------------------------------


사람은 생각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현상을 수용하는 것을 넘어서 상상과 예측도 한다. 하지만 자신의 예측과 상상이 사실이라고 믿어 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회사라는 공간은 원래 말이 많은 곳이지만 퇴사자에 대해서도 만만치 않았다. 나의 거취에 대한 호기심은 곧 카더라도 변하여 서울로 갔다는 둥, 어디에 갔다는 둥, 그렇게 들었다며 확인 연락도 참 많이 받았다.

집단지성을 이용할 게 아니라 나랑 젤 친한 사람들 중에 한 명에게 물어보면 바로 답이 나올텐데.


- 언니, 사람들이 매일 물어봐. 일을 못하겠어.

- 내가 그럴 줄 알고 너한테는 안 알려준거야.


- 땡부장님이나 꽁부장님 두 분 중에 아무한테나 여쭤보면 바로 답 나올텐데. 먼저 말씀은 안하셔도 내가 비밀이라고는 안했으니 일부러 안알려주시지는 않을텐데.

-무섭잖아. 무서워서 사람들이 못 물어볼걸. 


비밀도 아닌데 왜 안알려주냐면 그냥. 궁금할 이유가 없는데 저렇게 궁금해 하니까 더 알려주기 싫었다.

그리고 이직한 사람을 두고 이러쿵 저러쿵, 걱정하는 척 하지만 사실은 남에 앞날에 재뿌리는 그들이었다. 누군가 떠나는 곳에 남아 있다는 불안과 열등감을 해소하는 약한자들의 방법이라는 것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껴안을 만큼 내 그릇이 크지는 않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내가 퇴사한 이 회사는 입사경쟁률이 몹시 높고, 평균적으로 고급인력이 입사하며, 근로조건도 굉장히 좋은 회사이다. 그러므로 그들의 불안과 열등감은 회사 때문이 아니다. 

반대로 자신감 충만한 사람들에게는 무용한 설명을 해야하고 무용한 설득을 당해야 한다.


정서적으로 유대감이 있었던 사람들은 어디로 가는지 묻지 않았다.

다만, 퇴사를 결심한 계기를 묻기는 하였다.


퇴사한 계기.....

다니던 회사에 심하게 실망하거나 회사를 못다닐 정도로 꼴보기 싫은 사람이 있어서는 아니었다.

문득 올해를 넘기면 이직을 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던 차에 괜찮은 기회가 생겨서 퇴사했던 것이다.

결론은 만족스럽다.

회사마다 장단점이 있기에 내가 놓은 것에 대한 아쉬움이 없지는 않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

새로운 환경은 긴장과 스트레스를 주지만 설렘과 기대, 무엇보다도 나의 인생이 확장되고 있다는 이 느낌이 너무나 좋다.



-----------------------------------------------------(저는 비매너퇴사자입니다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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