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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좀하는 엄마 Mar 30. 2021

코로나 시대, 지금 출산하러 갑니다

코로나 시대의 출산기

임신 전부터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더니 출산 시기가 다가오는데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코로나 시기 한가운데서 나는 둘째 아이를 출산하게 되었다. 제왕절개를 해야 하는 나는 제왕절개 수술이 잡힌 3일 전에 코로나 검사를 했다. 산부인과 병원의 요청 때문이었다. 나 대신 둘째 아기를 맞이해야 하는 남편과 병원에서 내 간병을 해줘야 하는 친정엄마도 함께 검사했다.      


코로나 검사는 드라이브스루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차에서 바로 검사를 했는데, 면봉이 콧속을 파고드는 순간, 기침을 콜록거리며 했었다. 알싸하고 매운 순간이었다. 검사 결과는 음성, 병원에 결과를 제출하고 나서야 제왕절개 수술을 할 수 있었다.      



수술 과정이나 출산은 코로나가 없었던 첫째 아이때와 동일했지만, 병원에 4박 5일 있는 내내 많은 변화가 있었다.   

   

첫째는 공동 수유실이 없어졌다. 수유실에서 다른 엄마들이 하는 것도 보고 이런저런 이야기하면서 수유가 덜 심심했었는데, 수유실은 폐쇄되었고 다른 산모들과 그들의 아이들을 볼 수 있는 기회도 사라졌다.      

산부인과 병실에는 수유실 대신 모자동실이 생겼다

수유실이 없어진 대신 모자동실이 생겼다. 나는 내 병실에서 하루에 두 번, 각각 3시간 정도를 아이와 함께 보냈다. 모유 수유와 분유 수유를 병행하면서 아이와만 시간을 보냈다.    

  

제왕절개 수술 후에는 많이 걸어야 한다. 첫째 때는 하루에도 몇 번씩 병원 복도를 왔다갔다하면서 운동을 했다. 방안보다는 복도가 덜 답답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병원 복도를 걸으려면 마스크를 쓰고 걸어야 했다. 안 그래도 힘들고 열이 오르는데, 마스크까지 쓰고 복도를 걸을 생각을 하니 선뜻 내키지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좁은 방안만 하염없이 빙빙 돌았다.   

   

산모의 외출뿐만 아니라 보호자의 외출도 잘 허용되지 않았다. 그나마 보호자는 집에 잠시 다녀오는 것만 허용되었다. 산모들 대부분은 1인실 병실을 사용했다. 물론 2인실이나 4인실, 6인실 병실을 함께 쓰는 것도 선택지에 있었지만, 아기를 병실로 데려와야 한다는 생각에 선뜻 여러 명이 함께 쓰는 병실을 산모들은 선택하지 못했다. 병원에 있는 내내 나는 1인실 병실을 사용했다.     


수유콜도 없어지고 수유실이 없어지면서 수유 수다도 없어졌다. 정보 없이, 이야기 없이 하루 하루를 아기와 집에 있는 것처럼 보냈다. 이는 조리원도 마찬가지였다. 조리원도 많은 것이 사라져 버렸다. 

조리원에서도 아이와 엄마만 자주 만나게 됐다

조리원의 특별 프로그램들은 모두 사라졌다. 요가나 모빌 만들기 등의 활동적인 수업도 없어졌다. 엄마들은 어느 곳에서도 모이지 못했다. 아기 수유도 병원처럼 방에서 하니, 옆방에 어떤 사람이 있는지 알지 못했다. 조리원동기는 옛말이 되었다. 

조리원에도 혼밥의 시대가 왔다

바야흐로 혼밥의 시대라지만 조리원 혼밥은 썩 내키지가 않았다. 혼밥을 하면서 휴대폰과 텔레비전을 친구로 삼았다. 아기 엄마들과의 수다는 휴대폰과 텔레비전의 소음으로 대체되었다. 조리원 밥은 한상 가득 화려하게 차려졌지만 첫째 아기때처럼 식판을 들고 엄마들과 소통하며 먹던 밥이 더 맛있었다.   

   

코로나 시대의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는 것은 참 재미없는 일이다. 임산부들과 산모들은 갈 곳이 없고 서로 이야기할 수 있는 광장도 사라져 버렸다. 어디를 가도 안전지대가 아니니 엄마든 아기든 불안감은 한가득이고 혹시라도 아가가 코로나에 걸릴까 봐 다들 전전긍긍이다.      


마치 세상에서 분리된 채, 혼자 아이를 갖고 혼자 아이를 낳고 혼자 아이를 기르는 그런 느낌이다. 안 그래도 현시대의 엄마들은 혼자 아이를 오롯이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었는데, 여기에다가 코로나까지 더해지면서 이제는 힘듦을 말할 대상들조차 점점 줄고 있다. 아기를 갓 출산한 산모들은 이 시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글을 쓰는 지금, 아침이고 낮이고 밤이고 조리원은 적막하다. 간간이 아기 울음소리만 들릴 뿐, 다른 소리는 없다. 활동적인 프로그램이 없으니 같이 활동적인 소리도 없어졌다. 문제는 병원, 조리원을 지나 집에서도 이런 생활이 계속될 거라는 것.      


산모에게 코로나는 마치 창살 없는 감옥이다. 안 그래도 활동에 제약이 있는 산모들을 자발적으로 공간에 가두어뒀다. 그런데 종료 시점도 없다. 그게 제일 답답하다. 어서 빨리 코로나와 작별하고 아기와 여기저기 다니면서 수다스러워지고 싶다. 대화가 사라지고 소리가 사라진 지금, 별 얘기 안 하는 엄마들의 수다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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