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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좀하는 엄마 Mar 21. 2021

제왕절개를 선택하겠다고요?

-제왕절개 생생 체험기-


흔히 출산의 방법을 말하라고 하면 제왕절개나 자연분만을 이야기하게 된다. 말 그대로 제왕절개는 배를 절개하는 수술을 해서 아기를 낳는 것이고 자연분만은 자궁의 수축을 경험하고 진통이 오면서 자궁경부를 통해서 아기를 낳는 방법을 말한다.      


많은 산모가 자연분만으로 아기를 낳지만, 요즘에는 제왕절개로 아기를 낳는 산모도 많다. 과거에는 자연분만이 자연스러운 일이었고 제왕절개는 산모나 아기가 자연분만으로 아기를 낳을 수 없을 때, 그 대안으로 산모가 아기를 낳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자연분만의 가능 여부를 떠나서 처음부터 제왕절개를 선택하는 산모들이 있다고 한다. 내가 아는 어떤 지인은 자신의 출산 진통이 너무 고통스러웠다며 딸에게는 제왕절개로 아기를 낳으라고 권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 제왕절개가 산모에게 선택지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제왕절개는 산모에게 점점 선택사항이 되고 있다.(출처:pexels)

나는 자연분만을 하고 싶었고 이를 위해서 식단 조절이나 운동 등의 노력도 많이 했지만, 아기의 양수가 너무 부족했었고 유도분만을 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의사 선생님은 유도분만 전에 내게 유도 분만의 50%는 제왕절개를 하게 된다고 이야기를 했다.      


1박 2일의 유도분만으로 진통을 경험했으나 끝내 아기는 내 자궁 경부를 통과하지 못했고 나는 결국 제왕절개를 해서 아기를 인위적으로 꺼내게 되었다. 앞으로 둘째든 셋째든 자연분만으로는 아기를 낳을 수 없다는 전문가의 소견을 듣고 결국 울면서 제왕절개를 했던 기억이 있다.      


나는 왜 그렇게 자연분만을 하고 싶었을까? 나라고 자연분만의 진통이 두렵지 않을 리 있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자연분만을 하고 싶었다. 이를 위해서 요가나 명상을 통해서 진통을 다스리는 연습도 했고 아기와 대화하면서 엄마와 함께 잘 이겨내 보자는 파이팅도 여러 번 했었다.      


내가 자연분만을 원했던 이유는 이러한 과정이 임신과 출산 그리고 회복의 섭리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자연분만을 하면 산모가 하루아침에 ‘환자’로 둔갑하는 일은 없어진다는 사실이다. 

     

자연분만을 하면 회음부가 많이 훼손되고 감염의 위험이 있고, 무통 주사도 효과가 없을 수도 있고 치질이 생길 수도 있고 도넛 방석을 끼고 살면서 제대로 앉기도 힘들 수도 있다. 나도 자연분만의 어려움을 익히 들어서 알고 있다. 그래도 자연분만을 하면 몸은 이를 견딜 힘을 내재하고 있기에 결국에는 견뎌내게 되어 있다. 여자의 몸은 오래전부터 임신을 준비한다. 그리고 이렇게 비축된 에너지를 차근차근 풀어내며 출산을 해내고, 모유 수유를 할 수 있게끔 몸을 회복시킨다.      


산모의 이런 회복과정과 같이 아기도 마찬가지의 길을 걷게 된다. 의사의 말대로 아기가 그 좁은 산도를 통과하는 것이 짧은 시간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영화에서나 볼 법하게 아기의 머리가 거의 찌그러져서 엄마의 자궁경부를 통과하니 아기 또한 엄마와 함께 이 과정을 힘들게 감내하게 된다. 그래서 자연분만을 한 아기가 면역력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힘든 과정을 통과한 만큼 세상을 힘있게 살아가는 준비를 마쳤다는 의미도 있는 것이다.      

제왕절개도 수술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출처:pexels)

하지만 제왕절개는 자연분만과 전혀 다른 출산 방법이 도입된다. 

일단 제왕절개는 개복수술이다. 자궁을 자르기 위해서는 배를 열어야 하고 이 과정에서 배 안에 장기가 공기 중에 노출된다. 공기 중에 장기가 노출되는 일은 몸에 무리가 가는 일이다. 또한, 수술 전에 척추마취를 시행하고 차가운 병원 수술실에서 아기를 맞이해야 한다. 자연분만은 원하면 가족 분만실에서 편안한 분위기를 선택할 수도 있지만, 제왕절개는 무조건 추운 수술실에서 하얀 형광등이 내리쬐는 그 공간에서 산모는 아기를 맞이해야 한다.     


의사는 배를 째고 자궁을 자르고 그 속에서 아기를 꺼내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상당수의 출혈이 발생하며, 수술 천이 가로막혀 있어서 아기가 나오는 과정을 산모는 지켜볼 수가 없다. 의사가 힘을 주면서 몇 번 몸을 흔드는데 정말 십몇 분 사이에 아기가 태어난다. 아기가 나오는 장면을 전혀 보지 못하는 것은 엄마로서는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아기를 잠깐 안아보고, 아기에게 잠깐 젖을 물려 주고는 아기는 곧장 수술실에서 나가게 된다. 그다음부터는 선택사항이지만 산모 대부분은 그 후에 수면 마취를 받고 거의 잠이 든다. 30분 후에 한 번 깨서 입원실로 옮겨지는데, 문제는 이때부터 임산부에서 환자로 처지가 바뀌어 있다는 사실이다.     


아기도 마찬가지다. 세상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스스로 준비하는 시간이 있어야 하는데, 제왕절개를 하게 되면 자신이 원치 않는 시간에 인위적인 손길로 인해 밖으로 훅 내쳐지게 된다. 아기에게 이는 매우 갑작스러운 일이며, 굉장한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우리도 마음의 준비를 한 것과 안 한 것의 차이를 잘 알지 않는가. 아기에게 이런 과정이 결코 좋을 리 없다.      


산모에서 한순간에 환자가 된 제왕절개 산모는 1박 2일을 꼼짝없이 누워만 있는다. 배를 째는 대수술을 했으니 소변줄도 꽂고 있고 오로가 나와도 스스로 처리할 수도 없다. 수술 후 다음날 소변줄을 빼는데 그다음부터는 움직일 수는 있지만 배에 힘이 들어가기 전에는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다.     

 

나는 사람이 움직이는데, 배의 힘이 이렇게 중요하다는 것을 제왕절개 후에 처음 알았다. 배가 힘을 잃으니 앉고 일어서고 소변 및 대변을 누는 그 모든 행위가 내 삶에서 중지되었다. 배가 힘을 얻을 때까지 이 간단한 동작에 안간힘을 써야 하는데, 이게 참 제왕절개 산모에게는 너무나 힘든 일이다. 수술 후 통증은 물론이고 이 와중에 모유 수유까지 신경 써야 하니 정말 산모에게는 불가능한 작전 버금가는 일이 된다.      


게다가 항생제나 약을 거의 3일 내내 달고 있는데, 이렇게 약을 많이 맞으면서 아기에게 초유를 먹여야 하니 아기가 괜찮을지 걱정 반 의심 반이 든다. 여기에 가슴 관리를 잘못해서 가슴 통증까지 겹치면 ‘이게 뭐 하는 것인가.’ 하는 혼란까지 가중된다.      


회복은 병원에서 퇴원하는 날 거의 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개복 수술 후에 어떻게 그렇게 몸이 빨리 회복될 수 있겠는가. 배 수술 부위도 빨갛게 부어오르는 경우도 많고 나는 수술한 지 2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그 부위가 간지럽거나 따끔거리며 아플 때도 많다.     


여기에 모유 수유를 해야 하는 엄마들은 아기를 돌보면서 쉬지를 못하니 회복이 더딜 수밖에 없다. 잠도 잘 못 자고 밥도 잘 못 챙겨 먹고 내 몸 돌보기보다 아기 돌보기에 더 집중하게 되니 면역력이 급속하게 안 좋아진다. 개인적으로 나는 1년이 넘도록 몸 이곳저곳에 염증을 달고 살았다.      


물론 이는 개인적인 경험이며 제왕절개를 했다고 해도 회복이 빠른 사람이 있을 수 있으며, 별로 힘들지 않았다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이에 반해 자연분만 후에 엄청 힘들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물론 출산 과정에 산모의 힘듦도 중요하지만, 그 외에도 산모와 아기에게 내재된 자연의 섭리도 중요하다. 여자의 몸은 아기를 받아들이고 나을 수 있는 에너지가 있으며 아기 또한 엄마의 함께 합을 맞추며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는 의지와 힘이 있다. 이를 간과하고 제왕절개 수술을 선택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출산 후에 제왕절개 산모들에게 여러 이야기를 들었다. 어떤 산모는 진통이 두려워서 제왕절개를 선택했다고 하고, 어떤 산모는 불확실성 속에서 분만을 기다리는 게 싫어서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아기를 낳겠다는 의지로 제왕절개를 선택했다고 한다. 우스갯소리로 좋은 사주를 갖춘 아기를 낳고 싶어서 그날 그 시간에 제왕절개를 했다는 산모도 있었다.     


각자의 사정이 있겠지만, 자연분만은 힘들고 제왕절개는 그보다는 쉽다는 안일한 생각은 안 했으면 한다. 산모는 산모로 회복의 끝에 이르러야지, 산모가 환자가 되어서 회복하면 회복의 끝은 그만큼 더디고 힘들 수밖에 없다.      


그리고 출산을 통제하려는 마음, 진통을 피하기만 하려는 마음, 주변에서 출산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만 듣고 이를 거부하는 마음 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나는 비록 제왕절개로 아기 낳기를 당했지만, 자연분만이 가능한 산모들이 제왕절개를 선택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의료진들도 이를 무조건 강요하지 않기를.      

제왕절개와 자연분만은 아기를 처음 만날 때 확연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출처:pexels)

결국 수술은 수술이다. 출산을 위한 수술이라고 해서 수술이 특별할 수는 없다. 이 세상에서 수술이 가장 좋은 방법은 아니지 않는가. 세상을 처음 대면할 아기를 엄마가 힘껏 기다리다가 맞이하는 것과 수술대에 누워서 아기와 잠깐 만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이러한 차이가 내가 자연분만을 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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