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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좀하는 엄마 Jan 31. 2021

코로나가 바꾼 임신 풍경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의 달라진 임신 풍경 

어쩌다 보니 내 인생의 임신과 출산에 코로나를 직격타로 맞게 되었다. 

첫째는 출산 후 1년 뒤에 코로나를 맞이했고 둘째는 코로나 시기에 임신을 해서 현재 출산이 임박해 있다.    첫째 아이의 임신 풍경에 반해 둘째 아이 임신 풍경은 너무 달라서 글로 남기고 싶었다. 

코로나가 대한민국을 강타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앞으로 둘째를 출산하고 어떻게 이 시기를 보내야 할지 걱정이 좀 되기는 한다.      


첫 번째로 가장 두드러지게 달라진 점은 바로 ‘활동’이다. 

첫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는 문화센터에 다니면서 출산에 앞서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었고 요가나 발레 등 임신에 무리가 가지 않는 운동을 다른 임산부들과 함께 했었다. 산모 교실도 많아서 골라서 다녔고 거기서 받는 출산 선물도 꽤 쏠쏠하게 챙겼다.     


하지만 둘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는 ‘활동’을 할 수 있는 곳 자체가 없어졌다. 집에서 비대면으로 할 수 있는 운동이나 수업은 많아졌지만 같은 임산부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은 사라졌다. 사실 임신 후에도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는데 집에서 비대면으로 하는 수업은 제약이 있어서 솔직히 활동이 잘되지 않았다. 그래서 나도 ‘확찐자’의 대열에 합류하여 첫째 아이 때보다 살이 많이 쪘다. 집에서 비대면으로 유투브를 보면서 운동동 틈틈이 하고 있지만 첫째 아이때보다 건강 관리를 잘 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두 번째로는 산부인과 풍경이 많이 달라졌다. 

첫째 아이 때만 하더라도 임산부들 대부분이 남편과 동행해서 산부인과에 오는 경우가 많았다. 나도 그랬는데 남편과 함께 초음파를 보고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고 서로 이야기하는 시간이 많아졌었다. 그러면서 아이에 대해 함께 상상하고 궁금해하고 그랬다.      


그런데 이제는 산부인과에서 엄마만 초음파를 볼 수 있고 의사를 대면할 수 있으니 아빠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자리가 줄어서 아쉽다. 실제로 내가 다니는 산부인과가 분당에서는 큰 편에 속하는데, 엄마만 진료실에 들어갈 수 있고 아빠는 모두 1층 보호자 대기실에서 대기하고 있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요즘 아빠들은 아이한테 관심도 많고 엄마와 함께 임신, 출산, 양육의 과정에 많이 참여하는 추세인데 산부인과나 산후조리원에서 많이 배재되고 있는 것은 참 서글픈 현실이다.      


셋째는 ‘외출’ 자체를 할 수가 없게 되었다. 

임산부는 원래 외출의 제약이 많다. 특히 우리나라는 미세먼지도 심한 편이라 미세먼지가 너무 심한 날에는 임산부, 수유부가 되고서도 외출을 자제했었는데, 이제는 코로나 때문에 마트에 장보러 나가는 것도 심사숙고해야할 지경이 되었다.      


원래 임산부도 중기가 지나면 하루에 30분에서 1시간 정도 걷는 운동을 해야 하고, 수영이나 요가 등의 운동도 할 수가 있는데 사람이 거의 없는 곳 위주로 다녀야 하니 이런 것은 꿈도 못 꾸는 일이 되었다. 첫째 아이 때는 심심하거나 답답하면 동네 산책도 자주 나가고 시간이 나면 일부러 아파트 근처로 나가서 걷곤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살면서 이렇게 외출을 신경쓴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외출에 제약이 많다. 마트나 동네 앞에 나가려고 해도 코로나 확진자 수나 미세먼지 농도를 체크하고 나가는 게 일상이 되었다. 아마 많은 임산부 분들이 나처럼 이런 부분에 답답함을 느끼고 있을 것 같다.      


괌에서 찍은 셀프 태교여행 사진

넷째는 ‘해외 태교여행’이 임신 후 계획에서 아예 삭제되었다. 

첫째 때는 8개월 때쯤 괌으로 태교 여행을 다녀왔었다. 괌에 가서 아름다운 바다와 경치도 보고 돌고래 뛰는 것도 보면서 가슴이 뻥뚫리는 느낌도 받고 좋았었다. 인피니티풀에 가서 실컷 수영도 하고 바닷가 근처를 산책하면서 기분 좋은 시간을 많이 보냈다.      


또 셀프 만삭 사진도 찍으면서 배속의 첫째 아이와 교감하고 남편하고도 즐겁게 보내다가 왔다. 물론 비행기를 타서 다리가 퉁퉁 부어오르기는 했지만 공항 가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짐도 부치고 비행기를 타면서 설레고 하는 그 모든 과정이 즐거웠었다. 그 당시는 아이를 낳으면 언제 비행기를 다시 탈지 몰라서 부지런을 떨었는데 지금은 해외 여행은커녕 국내 여행도 꿈을 못 꾸는 시기가 도래했으니, 둘째를 낳고도 언제 해외로 여행을 떠날지 알 수 없어 섭섭한 마음이 크다.    

  

지금은 첫째 아이를 데리고 둘째 아이를 임신해서 부모님 모시고 국내 여행을 가려고 해도 5인 이상 집합 금지에 걸려서 식당에서 밥조차 편히 못 먹는 시대가 왔다. 남편과 첫째 아이와 셋이 가려고 해도 임산부라 어디 여기저기 다닐 수가 없어서 포기하고 집에 있게 된다.  

    

해외나 국내로 태교 여행을 다녀오면 그 여행을 준비하는 동안 아이에게 집중하는 시간도 생기고 물론 아이가 뱃속에 있지만 아이와의 추억도 생기고 부부끼리 서로 교감도 하고 좋은데 이런 기회가 사라진 게 개인적으로는 매우 아쉽다. 지금 임신 중인 많은 부부가 이러한 경험을 계획조차 할 수 없어서 많이 안타까워할 것이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가 우리의 삶에 들어오면서 많은 사람이 타격을 받았지만, 그중에 임산부와 어린 아이들도 삶에서 어려움이 많다. 세 살이 갓 된 첫째 아이가 마스크를 계속 끼고 마트를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면 나이 먹은 어른들도 마스크가 이렇게 답답한데 어린 아이들은 어떨까 하는 슬픔을 감출 수가 없다. 

     

임산부들은 임신 중 즐길 수 있는 많은 기회들을 놓치고 있고 출산 후에 아이들은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많이 상실하고 있다. 그속에서 나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스러운 게 사실이다. 코로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큰 희생과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첫째 때 임신과 극명하게 다른 둘째 때 임신을 경험하면서 나를 비롯한 임산부들이 정말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뚜렷한 대안이 없어서 이 또한 답답하다. 둘째를 출산하고 문화센터조차 제대로 경험하지 못할 그 아이를 생각하면서 나는 이때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지혜로운 일인지를 생각하고 있다. 

     

첫째 아이 때 임신이 불과 2년 조금 전 일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먼 과거처럼 느껴진다. 코로나를 조금씩 받아들이면서 어떻게 이 시대를 아이와 함께 살아가야 할지 좀더 치열하게 고민해봐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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