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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좀하는 엄마 Feb 04. 2021

임신, 출산, 부정적 에너지는 가라.

임신, 출산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


세상의 많은 사람이 한번씩은 언급하지만 지금은 모두가 경험하는 것은 아닌, 임신과 출산을 나도 하게 되었다.      

처음 임신했을 때 제일 처음 들었던 말이      

"축하해."와 "이제부터 고생 시작이다."라는 양극단의 말이었다.    

그런데 참 재미있게도 축하한다는 긍정적인 말은 굉장히 짧게 끝나는 데에 반해서 임신, 출산에 관한 고생썰은 엄마들마다 왜 그렇게 길게 이어지는지 모를 일이었다.     

 

이제 좋은 시절은 다 지나갔다, 힘든 일만 남았다, 임신해도 고생이지만 출산하고 육아를 하면 더 고생이다, 등등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담까지 덧붙여 안 좋은 이야기들을 하염없이 길게 늘어놓는 엄마들이 많았다.      


그때는 참 그 이야기가 실감이 안 났었는데 실제로 임신하고 출산하고 육아를 해보니 참 사람 하나 길러낸다는 것이 정말 지독히도 힘든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거기다가 사회가 아주 좋아졌다고는 하나, 아이를 배고 낳고 모유 수유하고 기르는 과정의 많은 부분이 엄마에게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는 것이 현 한국 사회의 현실이었다.      


나는 다행히 일을 하지 않고 아이를 기르는 일에만 전념할 수 있었지만, 만약 3개월이나 6개월 후에 복직을 해야 한다면 이것 참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일인지 도무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아이를 낳아서 길러내는 일은 그만큼 어렵고 힘든 일임에 분명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엄마들이 풀어내는 임신, 출산에 관한 이야기는 너무 부정적 에너지와 뉘앙스로 가득 차 있었다. 특히 대부분의 출산의 고통에 관한 이야기는 최절정의 악몽으로 치달아 누가 들어도 공포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이를 좋게 풀어서 이야기하는 엄마들은 참 드물었다.      


'아니, 이렇게 힘든데 어떻게 2명 3명을 낳았지? 그리고 아이를 왜 낳지?' 등의 의문이 들 정도로 그들의 이야기는 듣기도 힘들고 앞으로 출산을 앞둔 임산부에게는 태교에도 가히 좋지 않은 이야기들로 가득했다. 몇몇 사람을 만나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갑자기 의문이 들었다.      


‘그럼 좋은 경험으로 즐겁게 추억하며 임신이나 출산을 경험한 사람들은 없을까? 모두가 다 힘든 경험으로 출산의 막바지를 장식했던 것일까?’     


사실 모두가 다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유독 힘들게 임신과 출산을 경험했던 사람들이 자신의 부정적인 경험담을 목소리 높여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으니 이 이야기들만 임산부들에게 들리는 것이 아닐까 한다. 

나는 이런 부정적인 이야기들에 호응하지 않고 단호하게 거부하고 싶었다. 내 딸들에게 이렇게 안 좋은 이야기를 하느니 나는 차라리 입을 다물고 싶었다.   


나는 아이를 임신한 10개월 동안 아이와 잘 지내고 싶었다. 좋은 이야기를 듬뿍 하며 좋은 것들을 많이 먹고 좋은 일들을 많이 경험하며 그렇게 아이와의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내 인생의 임신 기간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며 아이를 배에 품고 있는 시기도 그리 길지 않을 것이기에 나는 이 시기를 좀더 너그럽게 여유있게 그리고 아이와 나 모두 행복한 시간으로 보내고자 했다. 

     


그래서 나는 몇 가지를 하지 않기로 나름 결심을 했었다.      


첫째는 임신을 ‘부정적인 도구’로 사용하는 일을 하지 않기로 했다. 주변에 임신한 친구 중에서 간혹 임신을 무기로 남편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임산부들이 종종 있었다. 그동안 남편에게 받은 울분을 쏟아내기라도 하는 듯 남편에게 온갖 집안일을 강요하고 자신에게 잘 대해주라고 명령하며 조금만 자신의 맘에 들지 않으면 남편에게 안 좋은 소리를 해대는 그런 풍경들을 이야기하는 임산부들이 있었다. 어떤 여자들은 ‘내가 임신만 해봐라.’라면서 남편에게 미리 이를 가는 사람들도 있다고도 했다. 

     

남편에게 얼마나 화가 많이 났으면 그랬을까 싶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나는 내 아이를 무기로 남편에게 그런 요구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물론 나도 임신 중 몸이 좋지 않거나 너무 무리한 활동이 있으면 남편에게 요청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내가 임신을 해서 내 아이가 있기 때문에 너는 내 말을 따라야 한다는 식의 무리한 요구는 한 적이 없다. 그건 내가 싫었다.      


내 아이는 나와 남편의 기도와 바람으로 생겨난 소중한 생명이며, 이 아이를 그러한 도구로 사용하는 게 나는 싫었다. 특히 남편에게 무언가를 요구하기 위해서 뱃속의 아이를 전면에 내세우는 건 참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그러면 임신 후에는 아내들은 남편들에게 어떤 것을 내세워서 요구를 해야 하는가? 그때의 허탈감이나 무력감으로 인해 엄마들 혹은 여자들이 더 힘들게 살아가야 할 수도 있다. 임신이나 출산으로는 이런 것들을 해결할 수 없다. 그냥 살면서 싸워 나가야지.    

  


둘째는 '건강하게 살찌우기'다. 

흔히 임신하면 많이 먹어라. 출산하면 또 많이 먹어라. 등등 “많이 먹어라.”라는 소리를 정말 자주 듣게 된다. 하지만 그렇게 마음 놓고 아무거나 많이 먹다가는 건강도 안 좋아지고 출산 후에도 몸에 무리가 많이 가고 살도 안 빠진다. 그래서 나는 건강하게 잘 먹기로 했다.    

  

사실 나도 임신 후 입덧이 생기니깐 먹는 게 급속도로 부실해졌고 중기 이후에는 입덧이 많이 줄기는 했지만 아기가 커지면서 배가 나오기 시작하니 뭘 챙겨 먹는다는 것이 참 힘들었다.      


그래서 꼭 탄수화물을 섭취할 필요가 없으니 과일이나 요거트 견과류를 챙겨 먹었다. 너무 힘들 때는 외식도 했는데 튀김 종류는 잘 안 먹었다. 배가 나오기 시작하니 소화가 잘 안 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첫째 아이를 키우면서 둘째를 임신하니 첫째 아이 때문에 더 많이 챙겨 먹게 됐다. 유산균이나 비타민D도 잘 챙겨 먹게 되고 신선한 과일이나 채소 그리고 외식도 줄이고 밥도 해 먹게 됐다. 어차피 첫째 아이를 먹여야 해서 더 부지런을 떨었던 것인데 결과적으로는 내게 좋았다.


주변에 보면 피자나 치킨 등 고탄수화물 고지방 음식을 자주 섭취하는 임산부들도 종종 있는데, 이런 경우 출산 후에도 이런 음식들이 자꾸 생각나기 때문에 살이 더 안 빠질 수가 있다. 그리고 출산 후에 몸이 급격하게 약해지고 면역력도 안 좋아지기 때문에 이런 음식들은 몸에 더 안 좋다. 임신과 출산에는 안 좋은 것을 최대한 안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셋째는 '아이에게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는 것'이다. 

나는 내가 이렇게 혼잣말을 쑥스러워하는 사람인 줄 몰랐다. 임신하고 7개월부터 공원이나 길을 산책하기 시작했다. 거의 1시간씩 걸었는데, 그때 아이와 대화하는 것이 좋다고 해서 혼잣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참 이 일이 쉽지가 않았다. 난 성격도 활발하고 남 앞에서 말을 잘하는 편인데도 아이에게 좋은 말을 끊임없이 하는 것이 어려웠다. 나중에는 오디오북도 듣고 유튜브 동영상도 보고 좋은 노래도 들려주고 좀 다양한 방식을 사용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직도 아이와 대화하는 게 낯설다. 그냥 아이한테 일방적으로 말하는 거여서 쉬울 줄 알았는데, 지금도 혼자서 아이에게 이야기할 때 쑥스럽고 부끄럽다. 하지만 그래도 틈나는 대로 ‘사랑해’, ‘축복해’ 등 좋은 말을 해주기 위해서 노력한다.


넷째는 제일 중요한 일이었는데, ‘출산의 고통을 미리 학습하지 않기’였다. 

자연주의 출산에 관심이 많아서 책을 몇 권 읽어 보니 여자들이 출산 때 고통스럽다고 인식하는 것이 바로 출산의 고통을 미리 학습해서 그렇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하도 주변에서 출산이 고통스럽다고 이야기하니 자신의 출산도 미리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예상하고 그렇게 대비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변의 이야기를 잘 들어보면 실제로 출산이 별로 고통스럽지 않았다는 산모들이 꽤 있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안 아팠다는 것이다. 출산은 분명 아픔을 동반하고 수고스러운 과정이지만 그렇다고 꼭 고통스러운 과정은 아닐 수도 있다.      


많은 임산부가 지레 겁먹고 내 아이가 나올 때 ‘나는 엄청 고통스러울 것이다.’는 고통의 학습을 미리 미리 하고 출산에 임하니 별로 아프지 않을 과정도 굉장히 아프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출산의 수고를 덜어주는 호흡법, 마음의 안정, 운동 등 여러 가지를 미리 챙겨서 해보고 출산에 임하기로 했으며 아이와 만나는 그 순간에 “너 낳다가 아파서 죽을 뻔했다.”라는 말은 적어도 내 딸에게는 하지 않기로 했다.      


나도 꽤 수고스러운 출산을 경험하였으나 그래도 딸이 출산을 경험하고 아이를 품에 안는 기쁜 순간을 맞이하기를 지금도 바란다.      


임신과 출산은 분명 여자에게는 힘들고 고생스러운 과정이다. 아이를 열 달을 품고 생활을 해야 하고 출산 후에는 모유 수유로 몸의 피로감이 풀릴 길이 없으니 이런 수고로움을 누구에게도 강요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시대, 전전 시대, 전전전 시대의 많은 여자들은 임신과 출산을 포기하지 않고 해왔다. 이 일이 힘들고 어렵고 고통스럽고 부정적인 에너지로 가득 차 있는 일이라면 아마 일찌감치 임신이나 출산은 멸종되고, 사람은 지구상에서 굉장히 적은 존재로 남아 있지 않았을까.      


임신과 출산이 현존하고 계속 이어지는 이유. 아마 아이를 낳고 길러본 사람이라면 그 이유에 대해서 본능적으로 알 것이다. 이 세상의 어떤 일도 출산을 해서 아이를 안았을 때의 그 기쁨 그리고 아이를 키워 나갈 때의 사랑스러움을 따라 올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개인적인 이유들은 넘치고 넘칠 것이다.      


임신과 출산에는 엄마의 마음가짐이 굉장히 중요하다. 임신이 별로 안 힘들었어도 좋은 이야기 안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입덧 때문에 임신이 엄청 힘들었는데도 아이와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      


아이는 10개월 동안 엄마와 교류하며 엄마의 감정에 연결되어 있다. 이 시기를 ‘너 때문에’ 힘들었다고 고백하고 출산 때는 그 고통의 마침표를 찍는 부정적인 얘기로 임신과 출산을 마무리 짓는다면 너무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까.      


이미 임신을 했고 출산을 기다리고 있다면 다시 한번 자신의 마음과 이야기를 해보자. 그리고 ‘너 때문에’라는 말 대신에 ‘너 덕분에’, ‘너와 함께 해서’라는 말로 바꿔서 아이와의 첫 만남을 기대해 보면 참 좋을 것 같다. 나 또한 오늘도 그런 마음으로 둘째를 기대하면서 살고 있다.      

첫째 아이를 품고 기대와 기쁨 속에 살았던 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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