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에게 쓰는 사과 편지
40년을 너를 홀대하며 한 번도 내 삶에서 귀하게 여겨주지 못했구나. 넌 그동안 별다른 운동 없이 중, 고등학교 6년을 의자에 앉아서만 지냈고, 청년의 시기에도 몸에 안 좋은 음식을 마구 먹어대도 다 수용해 주었지. 매번 즐기던 곱창전골, 짠 김치찌개 및 부대찌개, 소화를 방해하는 과자, 초콜릿 등을 매번 받아들이면서도 줄기차게 소화 기관을 지켜왔잖아. 이기지도 못할 술을 벌컥 벌컥 들이켜도 입으로 게워내면서도 너는 한 번도 쓰러지지 않았어.
30대 초반에 갑상선 항진증이 왔을 때는 기아에 가깝게 먹을 음식을 주지 않았는데도 그 시기도 견뎌냈지. 그리고 30대 후반부터 40대 초반까지 그 힘든 출산을 두 번이나 이겨냈어. 출산 후에도 변변한 좋은 음식 없이, 카페인이 가득한 커피나, 단 음료수에 의지하면서도 생명줄을 놓지 않았잖아.
넌 그러면서도 조금의 염증반응으로만 너의 힘듦을 알려 줬잖아. 너는 매일 내 두 다리를 지탱해줬고, 아침에 일어나게 해줬고, 아이들을 양육할 수 있는 원동력을 주었어.
40대 중반까지 이렇게 버텨줘서 고마워. 점점 생기를 잃어가고, 하루 종일 몸이 쑤시고 찔대로 쪄버린 뱃살과 허벅지살에 휘엉청 몸이 뒤뚱거리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거야.
수시로 걸리는 스트레스성 급성 위염에 복통을 달고 살면서, 의사의 권고대로 제대로 된 운동을 하지 않아서 정말 미안해.
살면서 너에게 좋은 것을 한번도 제대로 고민해 보지 않아서 미안해.
이제 마음을 좀 고쳐 먹으려고 해. 이 시점에서 너에게 사과를 한 번 하고 내 삶의 전환기를 맞이하고 싶어. 몸아, 그동안 고마웠고 정말 미안했어.
합성 첨가물이 듬뿍 들어가 있는 과자나 아이스크림, 그리고 정제 탄수화물이 듬뿍 들어가 있는 빵을 줄일게. 크림이 엄청나서, 먹을 때 입안 가득 퍼지는 크림빵도 주의할게. 위에 부담을 주는 짠 찌개나 짠 반찬도 줄일게. 국물도 이제 거의 마시지 않고 건더기만 먹을거야. 탄수화물 덩어리인 백미밥도 줄여야겠지.
아침마다 폼롤러로 스트레층을 하고, 운동도 못해도 일주일에 세 번은 할게. 헬스장에라도 가서 천국의 계단도 오를거야. 너를 건강하게, 기분 좋게 할 수 있는 거라면 천국의 계단쯤은 견뎌야겠지.
사람은 하루에 5분만 자연을 바라봐도 그것 또한 생명력을 줄 수 있대. 너의 생기를 되찾기 위해서 자연 속에서 10분이라도 산책할게.
앞으로 너와 몇 십년을 같이 하게 될지도 모르는데, 남은 몇 십년은 지나 버린 몇 십년보다는 살 만할 거야. 약속해. 내 몸아, 우리 한번 같이 잘 살아내 보자.
추신 : 천천히 변화를 겪게 되더라도 기다려줘. 원래 사람은 금방 변할 수는 없잖아. 근데 도대체 난 초콜릿이나 빵이 언제쯤 맛이 없어서 안 먹고 싶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