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벅지 태우기
휴, 작심삼일을 넘겼다.
50번의 스퀏을 마친 나에게 잘했다 마음속 박수를 치며 일어나자마자 내려놓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 더욱 맛있게 느껴지는 건 ‘성취’라는 설탕이 가미됐기 때문이겠지?
9월이 되기 전, 올 하반기 나의 가장 큰 목표는 ‘근육 운동’이라 수없이 다짐했건만 (일부러 글로도 남겼었다.) 매일을 꾸준히 하는 게 좀처럼 쉽지가 않다. 다른 웬만한 것들은 하기 전 단 10%라도 마음이 동하는 즐거움이 있었는데 이놈의 운동은 그저 머리로만 그 필요성이 100% 이해될 뿐 ‘하고 싶다’는 마음이 1도 없으니. 우선 ‘의자에서 엉덩이 떼기’부터 무척 힘들다.
간신히 일어나 긴즈버그의 근육운동 매뉴얼에 따라 이리저리 몸을 움직여 보지만 “엄마 오징어 춤추는 것 같아”라는 아이들 ‘솔직한’ 피드백에 움찔. 나의 움직임은 거의 ‘흐느적거림’에 가까웠다. 잘하고 있는 건가.
“여러분 식단조절 및 스퀏 인증을 함께 해요. 자신에게 맞게 원하는 금지 음식과 스퀏 개수를 정하면 됩니다.”
그곳의 분위기가 좋아 거의 발만 담그고 있는 러닝 채팅방에서 ‘챌린지 인증’을 하자는 의견이 올라왔고 많은
회원들이 꼬리달기로 동참을 알리고 있었다.
국물요리 금지, 스쾃 50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쓰윽 내 다짐을 달았다. 그리고 오늘이 3일째. 삼일을 넘겼다! 처음 이틀, 층계를 오르내릴 때마다 아렸던 허벅지가 이제는 제법 단단해진 것 같기도.
“엄마 아직도 두부살인데요?”
아들에게 슬쩍 자랑해 봤다 바로 ‘팩트 가격’을 당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의 ‘예민한 촉’이 허벅지의 변화를 느꼈으니 그걸로 만족이다.
내 인생 가장 마지막에 할 것 같은 ‘근육 운동’. 가장 어렵다는 작심삼일을 넘겼으니 내일부터 다시 또 다른 3일을 목표로 가보자.
아이들이 모두 인정하는 ‘말근육 허벅지’를 가질 그날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