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감각을 느끼는 시간

나는 왜 글을 쓰는가

by 봄치즈

"그래서 그 때 기분이 어땠어?"


아이들이 학교에서 있었던 오늘의 사건들에 대해서 늘어놓을 때마다 내가 항상 던지는 말이다. 걔가 그렇게 해서 너무 웃겼다, 어떻게 그렇수가 있는지 화가 났다, 도통 이해가 안되고 의아했다, 나라면 이렇게 했을것이다 등등. 단 한마디 물음을 던졌을 뿐인데 이 후 계속적으로 쏟나내는 그 때 아이들의 감정들을 들여다보면 참으로 다양하다. 솔직히 중년의 시선으로 봤을 때는 참으로 '귀엽기 그지 없는' '사소한 것들'이건만 아이들의 오감과 만나면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일'인가보다. 이러한 또래 아이들이 뭉쳐 이야기하면 더욱 가관이다. 속사포처럼 흥분하며 자신의 감정들을 설명하고 나누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그 만큼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고 그 표현에 자유롭다는 이야기이니 '건강하게 자라고 있구나' 생각을 해본다.


흥미로운 점은 똑같은 인간사라도 정작 내 스스로에게 있어서는 '감정이 어떤지' 같은 질문을 잘 하지 않게 된다는 점이다. 그 순간을 회고해보고, 다시금 곱씹어보는 시간이 부족해서일까. 특히나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는 그 시점 나의 감정에 몰입하기 보다는 어떻게 다음 순서로 순조롭게 진행시켜야 할지 그 해결 방법에 더욱 초점을 맞추게 되는 것 같다.


"그러니까, 그럴 땐 이렇게 해야되는게 정상아니니?"


비단 나만의 문제점은 아닌 것 같다. 오랜만의 갖게 된 동네 친구 모임. 그 간 못 나눴던 남편 및 아이의 이야기로 신났다. 한 친구가 남편과의 부부싸움을 털어놓자마자 모두들 몇 시간 동안 머리를 맞대며 열심히 해결책들을 내어주기 바빴다. 결론은? 이 같은 노력이 무색하게 그 날 밤 남편의 '미안하다'는 단 한 마디에 그녀의 얼어붙은 감정이 사르르 녹으며 깔끔히 해결되었다는 것. 맞불작전을 놔라, 모르쇠일관으로 가라 등등 우리의 비방책들은 한 번의 시도에도 이용되지 못했으니 역시나 해결의 핵심은 '감정 달래기'였나보다.


얼마 전 정신과 전문의 양창순 박사는 책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를 읽는 중 들어 온 문구가 있었다. 감정이란 한마디로 '마음의 감각'이라는 점. 그리고 이 감각이 보내는 신호에 그때 그때 잘 대처해야 더 큰 마음의 병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한, 감정을 잘 다스리는 첫 번째 방법으로 그녀는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수용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 부분을 읽었을 때 아무리 바쁠지언정 하루 15분이라도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수용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생각했다. 내가 우리아이들에게 매 번 수없이 물어본 질문이지만 정작 나에게는 잘 물어보지 않는 것 '지금 감정이 어때?'라고 나에게 질문을 해보기로 한 것. 나 어릴 적 이같은 질문을 자주 해주던 우리 엄마는 저 멀리 한국에 계시고, 연애시절 때의 달달한 표현을 잊어버린 남편에게 매번 질문해달라 조르기도 귀찮다. 대신 가장 쉬운 방법을 이용하면 되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지금의 내 마음, 내 감각이 어떤지 질문하기.


나는 왜 쓰고 싶은가

오늘 아침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이윤영 작가의 책 <하루 10분 메모 글쓰기>를 펼쳤다. 그녀가 독자에게 던진 첫 질문은 바로 '나는 왜 쓰고 싶은가'에 대해 생각해보기 였다. 매번 써야지 하면서도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미루게 되는 글쓰기. 그러면서도 누군가 '뭘 좋아해요?' 라는 질문에 독서만큼 빠뜨리지 않고 말하게 되는 글쓰기. 그녀의 질문에 가장 먼저 생각나는 대답은 '내 감각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아침 산책, 아이들과 대화 중, 여러 일상의 찰나에서 느꼈던 수 많은 감정들을 다시 들여다 보고 그때의 내 진심에 '관심'을 갖게 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관심에는 애정이 있고 애정을 받는다는 느낌은 언제나 마음을 충만하게 해준다. 잘 쓰고 못쓰고 상관없이 쓰고 나면 항상 마음이 채워지는 느낌이 드는 이유이리라.


친구도 자주 만나야 더 친해지는 법. <하루 10분 메모 글쓰기>를 읽으면서 앞으로 나의 가장 좋은 친구인 나 자신과 자주 만나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실행은 필수! 회사 점심시간을 이용해 브런치에 글을 남겨본다. 양창순 박사 또한 세상과 나를 이어주는 통로가 바로 '관심'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스스로에 대한 애정어린 관심으로 마음을 채우는 이 시간. 오늘은 점심을 걸러로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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