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배려들에 대한 감사함
토요일 오전, 아이가 학교 프로젝트가 너무 많아서 아무래도 수영 레슨을 못 갈 것 같단다.
“그래 어쩌니… 얼른 끝내야겠다. 걱정 마. 엄마가 수영 스케줄 옮겨놓을게."
‘그저 좋아하는 ‘ 마음에 5살 때부터 취미로 꾸준히 수영을 해온 아이. 아쉬워하는 아이의 등을 한 번 토닥여주고 아이 방문을 나서자마자 '때는 이때다!'를 외치며 핸드폰을 찾는다.
“언니~ 혹시 지금 갈 수 있어요?”
아이들의 스케줄이 많아질수록 어느 순간부터 주중보다 더 바빠진 주말. 몇 달 전부터 거울을 볼 때마다 하나 둘 빠져나오는 흰머리들이 눈에 무척이나 거슬렸는데 마침내 처리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시간 내기 힘든 사람인 걸 아는데 아무리 내가 바빠도 내가 해줘야지. 지금 얼른 와요~”
역시나 내 사정을 잘 아는 언니는 나를 위해 바쁜 틈을 내어준다. 사실 새해가 오기 전에 꼭 들리려 했던 곳이어서 더욱 한걸음에 달려갔는지도 모른다.
재택근무로 활동 반경이 넓지 않지만 가까운 지인보다도 더 자주 보는 이들이 있다. 매일 걱정인 끼니에 큰 도움을 주는 반찬가게의 언니와 아들 헤어 커트로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만나는 미용실 언니다.
어제도 급히 조달해야 할 반찬을 위해 들린 반찬가게 언니는 ‘호박죽 좋아하죠? 애들만 챙기지 말고 잘 챙겨 먹어요.’ 라면서 내가 좋아하는 호박죽과 생과일주스를 따로 챙겨줬다. 동생을 대하는 친언니 같은 배려에 순간이 마음이 따뜻해진다.
“메리 크리스마스! 아무리 귀찮더라도 머리 감은 후 젖은 머리에 휘리릭 한 번씩만 뿌려요~ 내년에는 나에게 좀 더 신경 쓰기!”
계산하려는 내 손에 연말 선물이라며 헤어 미스트를 몰래 손에 쥐여주는 언니. 매일 아침 붕 뜬 아이 머리는 가라앉히는데 정성을 쏟으면서도 나를 위해서는 단 몇 초 거울을 보지 않는 내 생활을 언니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이리 다들 챙겨주시니 나의 인복은 정말 타고난 듯. 조그맣게라도 내 마음을 표현하고자 준비한 초콜릿과 티 세트, 그리고 페이스 마스크를 언니에게 건넨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반찬가게에도 들려야 되니 황급히 나선다.
유난히 빨리 흘러간 2022. 올해도 무사히 잘 보낼 수 있었던 데에는 주변인들의 배려와 따뜻한 씀씀이가 있었다. 그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작은 친절들이 나에게는 크나큰 감동의 힘이 되었음을. 사실 연말 아니면 언제 얘기할까. ‘잦은 작은 챙김’으로 매번 나에게 큰 위안을 준 주변 지인들에게 낯간지러운 애교까지 첨부해 감사함을 전한다.
“올해 언니 없었음 진짜 어쩔뻔했어요~ 매번 급하게 찾아오는 진상 손님인데 항상 너무 감사드려요. 앞으로도 쭉~ 부탁드려요!"
내 마음을 그대로 전하기만 했을 뿐인데 상대보다 내가 더 행복해지는 느낌. 쑥스럽지 않게 대놓고 감사함을 전할 수 있는 연말이 있어 다행이다.
매서운 바람이 몰아쳐도 연말에 항상 따뜻한 기분이 드는 건 아마도 이 때문이겠지?
올 한 해도 모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