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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 May 24. 2019

순댓국

1.

미국에서 온 친구가 있었다. 듣기로 미국에서 고등학교부터 대학교 졸업까지 했다고. 순댓국을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다고 했다. 우리는 종로에 있었고 광화문에는 내가 잘 가는 순댓국집이 있었다. 나는 별생각 없이 "그러면 순댓국을 한 번 먹어볼래? 저쪽에 내가 잘 가는 순댓국집이 있어."라고 얘기했다.


2.

그 순댓국집은 내가 광화문에서 의경 생활을 할 때 선임이 데려갔던 곳이다. 물론 맛집으로도 유명해서 사람들 바글바글한 곳이기도 하다. 이곳의 순댓국은 특이하게 일반 야채곱창볶음 돼지곱창이 들어간다. 그 느글느글해 보이는 바로 그 느낌으로 말이다. 돼지곱창 특유의 냄새는 강렬하면서도 비위가 약하면 미간을 찌푸릴 구석이 있다. 돼지곱창이든 소곱창이든 없어서 못 먹는 나 같은 경우에도 가끔은 거슬릴 때가 있는 냄새다.


3.

미국에서 온 친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인상도 쓰지 않고 맛있다며 한 그릇을 비웠다. 정말 맛이 있다 와 보길 잘했다 말하며. 데려와줘서 고맙다고도 했다. 어쨌든 네가 처음 먹는 순댓국인데 인상에 남는 일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맛에 잘 맞아 다행이라 생각하며.


4.

그 후 몇 년이 지나 오랜만에 다시 그 순댓국집을 찾았다. 예전보다 양이 좀 줄다고 생각할 즈음에 그 특유의 냄새가 조금 거슬렸다. 거동시에 그 친구가 떠올랐다. 그때 정말 순댓국이 맛있었을까 괜스레 궁금해졌다. 그동안 나는 참 많은 배려를 받아왔었구나 느껴지자 오늘이 조금 서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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