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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 Jun 17. 2019

안경

1.

안경은 얼굴에 쓰는 물건이기 때문에 상당할 정도로 사람의 인상에 영향을 미친다. 대개 사람들은 시력 교정 목적으로 안경을 한 개 정도만 소유하고 착용하지만 자신의 인상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여러 안경을 돌려 쓰기도 한다. 오늘은 약간 지적인 느낌으로, 어떤 날은 조금 예술가 같은 느낌으로.


2.

안경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동류의 인간들을 잘 알아본다. 똑같은 뿔테 안경처럼 보이지만 어떤 재료를 사용했는지에 따라 그 질감과 광택에 조금 차이가 있는데, 그런 차이를 기막히게 알아보고 저 사람도 안경에 관심이 있는지 알아차리고는 한다. 대개 안경까지 챙기는 사람들은 다른 겉모습도 신경 쓰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 속은 알 수 없지만.


3.

'제 눈에 안경'이라는 표현이 있다. 보잘것없다 해도 내 마음에 들어 좋아 보이면 그만이라는 의미이다. 살다 보면 구매하지 않아야  이유를 하나부터 열까지 댈 수 있지만 구매할 수밖에 없 물건이 있다. 한참을 고민하면 잊힐까 싶지만 단 한순간도 마음이 떠나지 않는 그런 물건. 그 옷을 입으면 내가 더 멋진 사람이 될 거 같고 좀 더 잘 생겨 보일 거 같고. 그런데 그렇다고 막상 소유하게 되면 허탈한 그런 물건이 있다.


4.

안경을 살 때 그 '제 눈에 안경'이라는 말을 실감한다. 이 안경만 쓰면 얼굴이 좀 더 정돈될 거라는 기대가 생기지만 이미 몇 번의 경험을 통해 부질없는 일인 줄은 알고 있다. 그런데 예전에는 내가 안목이 없어서 조금 잘못 고른 탓이지 이번에는 진짜 괜찮을 거라는 생각. 이번에는 정말이라는 지경에 이르면 어느덧 카드를 꺼내게 되고, 머지않아 책상 위 어느 구석에서 먼지 쌓인 안경을 발견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이런 글을 쓰게 된다.


5.

그래도 아마 그러지 못했다면 난 아직까지도 그걸 생각할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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