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999년에 스타벅스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며 이화여대 가는 길에 1호점을 냈다. 그때는 스타벅스라는 커피숖이 있는 줄도 몰랐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도 아니지만 알지 못하면 보이지도 않는다.
2.
스타벅스를 알게 된 것은 대학생이 되고 나서였다. 서울 월드컵경기장 몰 2층에 스타벅스가 있었다. 하루는 어떤 친구와 그곳을 지나가던 때였다. 대화가 끊기면 어색한 사이니까 자근자근 무슨 얘기라도 해야 했다. 눈 앞에 보이는 스타벅스에 대해 말했다.
"저런 곳은 누가 가는 걸까?"
"사실 별 거 없어."
"커피가 독하지 않을까?"
"달고 맛있는 커피도 있는데, 한 번 가볼래?"
그 어떤 친구는 달콤하고 맛있다는 아이스 카라멜 마끼아또를 두 잔 시켰다.
"네가 처음으로 스타벅스에 온 거니까 내가 사줄게. 아마도 더 기억이 날 거야. 밑에 카라멜 시럽이 가라앉아 있으니까 바닥을 긁으면서 먹어야 해."
정말 달콤하고 맛있었다. 비싸긴 했지만. 그 뒤로 한동안 스타벅스에 들어가 빨대로 컵 바닥을 긁으면서 카라멜 마끼아또를 마셨다. 정말 더 기억이 날 거라던 그 말처럼 10년 넘게 지났어도 유리문을 밀며 스타벅스에 들어갔던 그 처음이 생생하다.
3.
대학교 졸업반 시절에는 스타벅스 광화문점을 많이 갔다. 함께 토익을 공부하던 친구와 순댓국을 먹고 스타벅스 광화문점 옥상에 올라갔다. 우리는 자주 만나 그 코스 그대로 왕왕 그랬다. 옥상에 앉아 있으면 도시 한복판에도 노을이 졌다. 우리는 그 멋진 풍경 아래서 토익 점수를 얘기했고 가끔은 토익 모의고사도 풀곤 했다. 머지않아, 나는 꿈처럼 얘기했던 토익 점수를 받게 되었지만 아무것도 바뀌는 건 없었다. 그래도 우리는 회사로, 대학원으로 제 갈 길을 잘 떠났다.
4.
어느 금요일 밤, 스타벅스 광화문점에서 누군가를 기다렸다. 옥상에 올라가고 싶었지만 누군가 나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1층 출입구 옆에 앉았다. 씁쓸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책을 읽었다. 생각보다 더 기다렸다.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조차 옅어졌을 때 누군가 나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제가 좀 늦었죠?"
"아니에요, 덕분에 책을 많이 읽었죠."
이야기를 하다 보니 오래전 스타벅스에 처음 같이 갔던 어떤 친구의 얼굴이 지나갔다.
"그런데 제가 알던 사람이랑 닮으셨네요."
"어떤 사람인데요?"
"저를 많이 생각해 주던 사람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