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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 Jul 12. 2019

스타벅스

1.

1999년에 스타벅스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며 이화여대 가는 길에 1호점을 냈다. 그때는 스타벅스라는 커피숖이 있는 줄도 몰랐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도 아니지만 알지 못하면 보이지도 않는다.


2.

스타벅스를 알게 된 것은 대학생이 되고 나서였다. 서울 월드컵경기장 몰 2층에 스타벅스가 있었다. 하루는 어떤 친구와 그곳을 지나가던 때였다. 대화가 끊기면 어색한 사이니까 자근자근 무슨 얘기라도 해야 했다. 눈 앞에 보이는 스타벅스에 대해 말했다.

"저런 곳은 누가 가는 걸까?"

"사실 별 거 없어."

"커피가 독하지 않을까?"

"달고 맛있는 커피도 있는데, 한 번 가볼래?"


어떤 친구는 달콤하고 맛있다는 아이스 카라멜 마끼아또를 두 잔 시켰다.

"네가 처음으로 스타벅스에 온 거니까 내가 사줄게. 아마도 더 기억이 날 거야. 밑에 카라멜 시럽이 가라앉아 있으니까 바닥을 긁으면서 먹어야 해."


정말 달콤하고 맛있었다. 비싸긴 했지만. 그 뒤로 한동안 스타벅스에 들어가 빨대로 컵 바닥을 긁으면서 카라멜 마끼아또를 마셨다. 정말 더 기억이 날 거라던 그 말처럼 10년 넘게 지났어도 유리문을 밀며 스타벅스에 들어갔던 그 처음이 생생하다.


3.

대학교 졸업반 시절에는 스타벅스 광화문점을 많이 갔다. 함께 토익을 공부하던 친구와 순댓국을 먹고 스타벅스 광화문점 옥상에 올라갔다. 우리는 자주 만나 그 코스 그대로 왕왕 그랬다. 옥상에 앉아 있으면 도시 한복판에도 노을이 졌다. 우리는 그 멋진 풍경 아래서 토익 점수를 얘기했고 가끔은 토익 모의고사도 풀곤 했다. 머지않아, 나는 꿈처럼 얘기했던 토익 점수를 받게 되었지만 아무것도 바뀌는 건 없었다. 그래도 우리는 회사로, 대학원으로 제 갈 길을 잘 떠났다.


4.

어느 금요일 밤, 스타벅스 광화문점에서 누군가를 기다렸다. 옥상에 올라가고 싶었지만 누군가 나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1층 출입구 옆에 앉았다. 씁쓸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책을 읽었다. 생각보다 더 기다렸다.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조차 옅어졌을 때 누군가 나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제가 좀 늦었죠?"

"아니에요, 덕분에 책을 많이 읽었죠."


이야기를 하다 보니 오래전 스타벅스에 처음 같이 갔던 어떤 친구의 얼굴이 지나갔다.

"그런데 제가 알던 사람이랑 닮으셨네요."

"어떤 사람인데요?"

"저를 많이 생각해 주던 사람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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