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비 Dec 24. 2019

행복한 이유


고요하고 평온하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가끔은 잊고 산다. 구를 만나 커피를 마셨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니 배경음악으로 캐럴이 울려 퍼졌다.



캐럴 들으니 너무 행복해.


캐럴 들으니 너무 행복하지 않아? 요즘 딱히 고민도 없고 너무 행복해.


그 말을 들은 내가 피식 웃으니, 너는 무슨 고민이 있냐고 물어온다. 그러고 보니, 입 밖으로 꺼낼 큰 고민이 있었던가. 생각해보니 크게 생각나는 게 없다. 요즘 생각들을 나열해보았다.


취준생이 아니니 취업 고민도 없고, 남편도 성공적으로 이직 했으니 밥 먹는 데 고민이 없다. 게다가 남편과 나는 사이가 좋다. 오빠가 담배를 끊지 못한 게 탐탐치 않지만, 그건 수긍하고 받아들인지는 꽤 오래되었다. 그러니 우리 사이에 어떤 문제도 없다. 주말이면 함께 여행하고 취재하고, 취재 수입도 공평하게 나누니 사이가 더 좋아졌다. (나는 남편에게 아르바이트비를 주는 부인이다.) 불만이 없다.


물론 평생 먹고살 수 있을 만큼의 부자라면 더 고민이 없겠지만, 그런 사람이 있을까. 그냥 지금 수준에 만족한다. 아기 안 낳냐는 주변 성화가 고민이긴 한데 내 나이가 노산이긴 하나 아직까진 절실하지 않은 고민이다.


물론 근래 들어 프리랜서로 일이 줄었다는 게 조금의 걱정이다. 하지만 노력다시 일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큰 고민거리는 아니다. 그간의 노하우는 무시 못하니깐.


또.  생각해보자. 요즘 유튜브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 조회수가  나온다는 게 또 다른 고민거리이다. 그런데 이것도 취미인데 굳이 고민할 필요 뭐가 있을까 생각하면 쿨하게 넘길 수 있는 문제다. (당분간은 취미로 생각하자.)


게다가 우린 건강하다. 양쪽 부모님 다 건강한 것도 축복이다. 얼마 전 아빠 기사 시험에 합격했다고 하니 그것 또한 축복받은 일 아닐까. (일하시면서 기사 공부한다고 내내 책을 붙들고 있던 마음에 걸렸다.)


이래저래 생각해도 사소하고 사소하다. 내가 조금만 노력하면 해결될 사소한 고민들을 안고 있으니 나도 캐럴 음악을 들으 충분히 행복해해도 될 것 같다.


행복하다. 이 말을 입 밖으로 끄집어내기가 어려웠다. 행복할 때 그걸 충분히 누리지 못한 것만 같다. 사소한 고민들 굳이 끄집어내어 행복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그러지 말아야지. 나를 억압하는 건 내 상황이 아니라 행복을 큰 존재로 생각하는 나의 생각이었다.



행복하세요. 다들. 내년엔 모두 해결될 거예요.


봄비네 인스타그램

봄비네 블로그

봄비네 유튜브

매거진의 이전글 싫어도 좋아도 나는 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