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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 Nov 30. 2019

자존감 도둑


어떤 이유에서건 훔치는  나쁜 일이다.

오늘 만난 친구가 나의 하소연을 듣더니, 그 사람이 나의 '자존감 도둑'을 했다는 것이다.

친구가 만들어낸 단어인가 싶어 인터넷을 검색하니 실제로 떠도는 말이었다.


세상에 훔칠 것이 없어서 남의 자존감을 훔칠까.

세상은 풍요롭고 더 살기 좋아졌는데, 현대인들의 자존감은 왜 이렇게 낮아지는 걸까.


타인의 잘못인가. 나의 자격지심일까.

아무튼 친구의 말은, 그저 부러운 대상은 자존감 도둑이 아니라는 거다.

풍족하면서 자기애가 넘쳐나는 사람은 부러운 대상이 되지만, 자존감 도둑에 속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말을 덧붙였다.

거기서 내가 열등감을 느꼈다면 말 그대로 열등감일뿐. 흠.  그러고 보니 그런 것 같다.




그렇다면 내 자존감은 누가 훔쳤는가.

자기를 치켜세우기 위한 수단으로 나를 깎아내리는 사람. (못났다, 정말!)

자신의 기준에서 내가 어긋났다고 핀잔을 주는 사람. (왜 자기 기준에 나를, 그리고 세상을 맞추는가. 그렇다면 내 기준에서도 너는 아니다!)


결과만 중시하는 사람. 위로랍시고 해주는 말 뒤에 왠지 모를 피식 웃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위로는 주기 쉬워도 진심으로 축하하기는 힘들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나의 슬픔이 너의 위안이 되지 않기 바랄 뿐이다.



생각해보니 그 외에도 자존감 도둑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라고 수없이 말해도 귀를 닫는 사람들. 내 노력을 결과로 묵살시키는 사람들. 내가 괜찮다는데 왜 자기네들이 난리인지.


귀를 닫을 수 없고 눈을 가릴 수 없는 게 세상살이인데 눈 뜨고 코 베이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내가 내 것부터 잘 챙겨둬야 한다. 남들이 어떻게 보든 상관없다. 내 자존감을 챙겨줄 수 있는 건 결국 나 자신다. 내가 나로서 충만해지는 수밖에.

 

사람들의 박수와 관심이 나의 자존감을 살려준다면, 그 박수와 관심이 끊기는 순간, 나는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결국 남에게 그렇게까지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그러니 언젠가는 각자의 삶에 치 관심이 뚝 끊길 날이 올 텐데 그렇다면 나는 나락밖에 존재하지 않는 건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니지 않은가.


나 자신을 챙겨줄 수 있는 사람은 결국 나 자신 이어야 한다. 어느 상담가가 나에게 말했다. 쇼핑 말고, 진짜 나에게 주고 싶은 만 원짜리 선물 하나를 한 달에 딱 한번 나 자신에게 해보라고. 이때 돈은 딱 만원 이어야 한다. 만원으로 나에게 필요한 게 뭐지? 고심하고 선택하고 기다리고 받는 과정이 선물이 될 거라고.


우습게도 말 그랬다. 요즘은 책 한 권 사기도 어려운, 크지도 작지도 않은 애매한 돈이라 어떤게 나를 위한 것이지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다 친구 선물 산 적도 있다. 평소엔 돈을 움켜쥐던 짠돌이가 거기에서 기쁨을 얻을 수 있니! 만원에서말이다.


사실  이후 큰 변화는 없다. 그런데 작은 변화가 큰 변화보단 더 지속성이 있 생각한다.



자존감 도둑.


적어도 내가 누군가의, 혹은 나 자신의 자존감 도둑은 되지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적어도 한 달의 한 번은 나에게 선물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나에게도. 너에게도.


나는 자존감산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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