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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 Dec 28. 2019

1년을 길게 사는 방법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가자.


눈이 동그래졌다. 낯선 환경에 덩그러니 놓였다. 초등학교 4학년. 나는 혼자 비행기에 올라탔다. 동반인은 없었다. 그저 서울에 도착하면 이모가 있을 거라는 말만 들었을 뿐.


그날이 내가 처음 혼자 비행기에 올라탄 날이다. 기억을 더듬어 처음으로 해외 간 날도 나는 혼자다. 나에게 해외는, 에메랄드 빛깔의 바다가 펼쳐지고 야자수가 무럭무럭 자라서 하늘과 맞닿는, 그런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지는 곳이었다. 베트남은 덥다는데 그 더위의 기준도 감이 오지 않았다. 해외는 한국보다 얼마나 더 더울까.


반팔티를 가방에 주섬주섬 넣 걱정이 태산이었다. 인사팀의 실수로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인 내가 혼자서 출장을 가게 된 것이었다. 그것도 해외를 한 번도 나가보지 않았던 내가.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그 뒤 두 번째, 세 번째부터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올해는 처음으로 혼자 여행을 떠본 해다. 그러니깐 내가 익숙하지 않는 도시를 선정해 무작정 떠나는 '혼자 여행'을 시작했다. 친구들과 시간 맞추기도 어렵고, 나만 동 떨어진 곳에 살다 보니 장소 정하기도 어렵다. 자연스레 함께 여행은 1년에 한두 번 정도. 그래서 시작된 혼자 여행.


그렇게 처음 무언가 혼자 시작했던 기억들은 또렷하게 남는다. 그러다 어는 순간 처음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숙해지고 편안해진다. 언제 그랬냐는 듯 능수능란해지는 모든 것들.



이제는 익숙해진 것들이 많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잠깐 반짝이는 기억과 추억들이 차곡차곡 쌓이지만, 그런 반짝이는 것들은 점 줄어들고, 톱니바퀴처럼 익숙한 것들이 쌓인다.


새로운 도전과 새로운 실패가 있던 그런 날은 "하루가 길다"라는 표현을 쓴다. 그런데 그것이 과학적으로 밝혀진 사실이라는 점을 알고 있는가?


그러니깐 어린아이들은 처음 접하는 게 많으니깐 하루가 길고, 한 달이 길고, 1년이 길게 느껴지지만,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게 사라지고 익숙함이 늘어나니까 하루가 짧고, 한 달이 짧고 1년이 짧게 느껴지는 거란다.


이건 마치 새로운 길을 걸을 때 막막하고 시간이 길게 걸리는 느낌인데, 또 돌아올 때는 (아는 길이 되니깐) 금방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우리는 아이처럼 새롭게 바라보는 눈이 사라. 익숙한 것들을 보고, 익숙하게 생각하고, 익숙하게 말하다 보면 하루가 금방 사라지고 만다 뜻인데 이 얼마나 허무한 결론인.


올 한해가 유난히도 짧게 느껴지는 건 내가 그 속에 안주했다는 뜻인지도 모른다. 아무리 모든 걸 새롭게 바라보려 해도 오늘 하루 무척이나 짧다. 내년에는 좀 더 새로운 도전을 많이 해야겠다.





그렇게 내년은 좀 더 긴- 1년을 보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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