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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 Mar 17. 2020

결혼과 연애의 차이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해 내가 지키는 수칙



주말이 되면 우린 함께 산을 오른다.

산과 담을 살아온 지 꽤 되었는데 최근 장비를 쓸어 모으다 싶을 정도로 구매해뒀다.


또 가끔은 자전거를 탄다. 쌩쌩 달리는 동안

이야기를 나누거나 싸우고 화해하는, 그런 과정은 없다. 그저 같은 방향을 보고 뛰고 걷고 달리다,

벤치나 정자가 보이면 함께 물을 마시고

찰나의 대화를 나눈 후 다시 직진이다.


그럼에도 등산이나 라이딩이 끝나면

우리에겐 왠지 모를 동지애가 생긴다.

함께 성취하고 함께 보고 걷고 함께 한 무언가가

가득 남는다.




퇴근 후 그는 제일 먼저 화장실로 들어간다.

뜨근한 물에 몸을 담고 한참을 그곳에서 나오지 않는다.


짧게는 한 시간, 길게는 두 시간도 넘어간다.

나는 청소도 빨래도 설거지도 다 끝내 놓은 상태다.

하루 종일 잡고 있던 일들은, 밤이 되면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그저 남편과 함께 맥주 한 잔 꼴닥꼴닥 삼키며 재미있는 드라마나 영화 한 편 보는 것이 소박한 바람인데 그는 아직도 화장실이다.


그가 화장실에서 나오면 이제 소파에 발라당 누워

휴대폰으로 모바일 게임을 즐긴다.

내 이야기는 허공에 떠돌다 코로 들어가는지,

발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응, 응' 대답만 메아리친다. 서운함이 복받친다.




그래도 꾹 참는다.

내내 회사에서 시달려 퇴근 후만큼은 자기 시간을 가지고 싶다는데 어쩌겠는가.


다시 내 방으로 들어간다.

끄적끄적 글을 쓰고 책을 읽는다.

밤의 감성.


술술 잘 써진다. 그 순간, 이 평온한 정적을 깨는 건 이번엔 그다.



같이 영화 볼래?


서운해하는 나에게 미안했는지,

아니면 핸드폰 게임이 지루해졌는지,

그것도 아니면 진짜 영화가 보고 싶은 건지


이유 모를 외침이지만, 이번엔 내쪽에서 고개를 절레절레.


'내 평온을 깨지 말아 줄래?'



연애 때는 그랬다.

떨어져 있을 땐 전화로 그의 빈자리를 채웠고,

함께 있을 땐 오로지 서로에게만 집중했다.


나는 너고, 너는 나였다.

그런데 그것도 파릇파릇한 연애 초반 때 일이다.

5년 반을 연애했으니 그 시간 내내 그럴 순 없다.

뜨문뜨문 통화였지만, 그래도 온기는 여전했다.


서로의 시간을 충분히 존중해줬고,

만날 땐 서로에게 더 집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결혼은 다르다.



주말 부부도 아니고, 둘 중 하나가 여행이나  출장 간 상태가 아니라면 어쨌든 매일 만날 수 있는 사이다.


저녁에 만나 아침까지 함께 있을 수 있으니 얼마나 긴 시간을 함께 하는 건가. 주말에만 만나거나 평일 중 하루 이틀, 많으면 세 번 정도 만나는 사이가 아니라는 말씀이다.


그러니 개인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함께 있는 공간에서 개인 시간을 보장해주기란 힘들다.


그러니 사춘기인 아들이나 딸이

문을 쾅 닫고 자기 방에서 나오지 않는 것이다.

'충분한 개인 시간'을 가지지 못한, 시간의 결핍에서 오는 행동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또 반대로 '충분하다'는건 누구의 기준인 것인가. 나는 분명히 개인 시간을 줬는데

아직도 불충분하다고 하니 기준을 어디에 맞춰야 하는지.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이야기를 나눠야

정이 쌓인다는데...


새댁의 투정은 이제 끝이 났다.

이것도 신혼 때나 하는 말이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너는 너 할 일하고

나는 내 할 일 하는 일상이 반복된다고 한다.


각자 방이 있으면 이제 각자의 방에서 나오지 않는다. 식사 시간에 잠깐 나와 함께 밥을 먹고 다시 각자의 시간을 가진다.

주말이나 특별한 날 빼고는 그게 일방적이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의 절충안은 주말에 함께 할 수 있는 취미를 가진 것이다.

사진, 자전거, 등산, 게임, 영화 감상 등등.

 

연애 때처럼

애틋하게 주말에만 만나는 사이라고 생각하니

(물론 지금은 아이가 없으니 가능한 일)

서로를 더 존중하게 되고

애틋함이 더 생기는 장점도 있다.


서로의 시간을 존중하는 것.

함께 일 땐 서로에게 집중하는 것.

이 두 가지면 결혼도 연애처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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