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땐 우린 그렇게 배운다. 시련을 극복하고 사랑을 되찾은 공주와 왕자는 결혼이라는 숙제를 해결한 뒤 그저 행복하게 살았다고.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나는 서른둘에 결혼을 했다. 아니다. 서른 하나였나? 아무튼 그 숫자가 중요한 건 아니고 결혼을 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서른이 넘어 서른 하나가 되니 엄마는 점점 더 조급해 보였다.
사실 주변만 봐도 그렇다. 서울에 사는 친구들은 아직 결혼 얘기는 먼 얘기처럼 해댔지만, 고향인 부산이나 포항에 사는 친구들은 삼 분의 이가 결혼을 한 상태였다. 게다가 엄마 친구 자식들은 왜 그렇게 빨리 취업을 하고, 왜 그렇게 빨리 결혼을 하는지.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는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그쯤 나는 퇴사를 하고 짐을 바리바리 싸서 부모님 집으로 들어갔던 시기였다.
그러니깐 서른은 넘었고, 회사는 그만뒀고, 집에서 내내 컴퓨터 하며 번역을 해댔던 그런 시기.
프리랜서라고 이야기하면 고개를 갸우뚱. 그래서 그게 뭔데?
구체적으로는 번역을 하고 그 외 잡다한 일을 한다고 하면 또 고개를 갸우뚱. 그래서 그건 또 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