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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 Apr 03. 2020

엄마의 걱정, 코로나19

괜찮아, 안 되면 내가 먹여 살리지.



근래 들어 엄마는 지나치게 걱정을 끌어안고 산다.

 나는 그게 불만이다.


아니, 정확히 따지자면 불만보다는 그저 걱정을 덜었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그 마음이 커서 어제는 불같이 화를 냈다.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그랬더니 엄마도 서운했는지 버럭 화를 내셨다.

"그러면 걱정 안 하고 회피만 하면 답이 나오니?"


그건 엄마의 말이 맞다. 엄마에 비하면 나는 지나치게 회피형이다.

해결보다는 회피. 문제는, 그렇다고 해서 마음에서 완전히 회피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것도 비교 대상이 엄마라서 그렇지 알고 보면 나도 늘 문제를 직시하고 플랜 B를 찾아 헤매는 편이다.


입 밖으로 꺼낸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말하고 싶었던 것뿐이다.

걱정을 '입'에 달고 사는 게 문제다. 돌이켜보면 어릴 때 엄마는 늘 강한 사람이었다.

나는 걱정 없이 자랐고, 늘 우리 집은 평화로웠다.


엄마가 변한 건 얼마 전부터다. (아니면 원래 그랬는데 이제야 그걸 표출하는걸까. 딸의 무심함이었을까.)




우리의 걱정은 코로나에서 시작됐다.

개인택시를 하는 엄마는 코로나 사태로 일을 잠시 접었고, 대기업에 다니는 아빠는 퇴직이 얼마 남지 않았다.


프랑스 회사에 다니는 오빠도 프랑스 상황이 이런저런 뉴스에 나오니 걱정이고

제약회사에 다니는 남편도 이래저래 문제다.


번역 일을 하고 있지만, 여행 칼럼 일도 더불어 하는 나에게도 번역 외에 여행 관련 부가 수입이 없어져서 (큰 문제는 아니지만 장기화될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뭐든 다 잘 해결되리라 믿고 있다. 만약 정말 문제가 닥친다면 그때 가서 해결해도 된다고 생각을 하지만, 미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엄마의 생각도 어느 정도는 동의를 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대책이라는 게 뭐가 있는지 갑갑하기만 하다. 그러니깐 회사가 힘들어지고 나라 경제도 힘들어진다면 그걸 어떻게 대책을 해야 하는 거지.


사실 엄마에게 화를 냈지만, 그건 답답한 내 마음에 내는 화이기도 하다. 잘 될 거라 믿으며 이 상황을 어떻게든 참고 지내보려 하지만 자꾸만 직면해서 싸우라고 하는 엄마에게 화풀이한 꼴이다.


대체 뭘 어떻게 직면하라는거지.




"나에게도 플랜 B가 있다고!"

큰소리 땅땅 쳤지만, 애들 장난에 불과한 계획일 뿐이다.


글을 쓰며 생각해보니 엄마에게 미안해진다.

전화를 걸어 말해야겠다.



물론, 우리에겐 여전히 답은 없다. 해결책도 없다.

하지만  '괜찮아. 괜찮아질거야.'라는 위로와 위안이 필요했던 것 같다.


어릴 적 엄마가 나에게 해준 것처럼.

넘어지면 '괜찮아. 훌훌 털고 일어나'라고 말해줬던 것처럼. 시험을 망치면 '괜찮아. 다음에 잘 보면 되지. 건강하게만 자라다오.'라고 위로했던 것처럼.

-


회사를 퇴사했을 때도 그랬다.

'하고 싶을 걸 찾아봐. 걱정하지마. 안 되면 엄마가 먹여살려줄게.'


그 말을 나는 곧이곧대로 믿었다. 그래, 공부보다는 건강하게 자라는 게 우선이야!

그래, 나는 엄마라는 든든한 뿌리가 있으니 하고 싶을 걸 찾을거야! 돈 보다는 꿈이야.

왜냐면..  괜찮다고 했으니깐.





그런데 나는 왜 그런 말을 해주지 못한거지?

결국 엄마의 걱정은 본인보다 오빠와 내가 어떻게든 잘 살았으면 하는건데.


"엄마, 아빠 노후는 이미 다 마련해놨어.

그러니 너네만 잘 살면 돼. 그거면 아무 걱정이 없을거 같애."


내가 걱정할까봐.. 몇 년 전부터 나에게 가장 많이 해준 말이 저 말이었다.

너네만 잘 살면 된다고. 


그런데 나는 왜 그런 말을 못해주는걸까.

아.. 나도 그런 말을 해줄 수 있는 딸이 되고 싶다.


"괜찮아요. 다 잘 될 거야. 안 되면 제가 다 먹여살리죠."


아니, 언젠가는 그런 딸이 되어야겠다.

너무 늦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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