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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단풍 Jun 12. 2022

1. 결혼은 사랑이야, 조건이야?

퇴고 없이 쓰는 글



자신의 견해를 밝히기 참 어려운 요즘이다. 어떤 상황에 대한 입장을 취하는 것만으로도 그 외 다른 입장들에 대한 혐오가 되기가 참 쉬운 세상이라서 그런 것 같다. 


서로 다른 생각에 대해,


- 당신은 그렇군요, 저는 이렇습니다. 이렇고 저런 이유 때문인데요.

- 아,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군요. 저는 이렇고 그래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건전하게 생각을 나누고 식견을 넓히는 과정이 요즘에는 훨씬 편한 방향으로 간략화됐다. 이를테면, 당신은 그렇게 생각해? 그럼 당신은 내 적이야, 정도로.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데에도 참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그냥 결혼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우선되어야 하는 것이 무엇일까, 이 정도 생각을 나누는 것도, 어느 한 쪽을 고르게 되면 반대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공격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내가 의도를 했는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그럼에도 나는 앞선 글에서 약속을 한 바 있으니, 그걸 지켜보려고 한다. 조금의 퇴고도 없이 생각나는대로 글을 써보기로 한 약속. 첫 주제로는 다소 무거운 편이지만, 오늘따라 결혼에 대한 생각을 많이했던 참이라 바득바득 글로 옮겨보려고 한다.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일 뿐이고, 다른 쪽에서 생각하는 분들에게도 그만의 이유가 있음을 존중하고 있다는 것을 먼저 밝혀두겠다.


결혼에 사랑이냐 조건이냐를 따지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결혼 자체가 해피엔딩이 아니라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결혼은 어디까지나 인생의 새로운 막이다. 게임으로 따지자면 시즌1때 찍어둔 능력치는 그대로인데, 메타가 달라진 시즌2의 게임을 맞이하는 셈이다. 하다못해 능력치 초기화 찬스라도 주면 얼마나 좋아.


사랑으로 넘치던 부부도 여러 조건들 때문에 갈라서는 경우가 많다. 조건이 완벽하더라도 서로에 대한 감정이 무뎌져서 파국을 맞는 경우도 많다. 단순히 부부만의 문제라면 또 적절한 연구와 상담을 통해 해결책을 찾으련만, 각자의 가족과 함께 낳고 기른 아이까지 결부된다면 문제는 훨씬 더 복잡해진다. 


그러니 당연히 궁금해질법 하다. 행복한 결혼을, 정확히는 행복한 결혼 후의 삶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하지만 어느 쪽을 우선하여 생각하더라도, 중요한 건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비난하지 않는 것이다. ‘어떻게 사랑만으로 결혼해? 세상 물정 모르는 멍청이네’ 라든지, ‘어떻게 애정없이 조건만 보고 결혼을 결정해? 더러운 속물이네’ 라든지. 그냥 서로에게 그런 이유와 입장이 있는 거지. 결혼은 어디까지나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제도이니, 제도를 자신에게 어떻게 맞게 이용할지는 위법이 아닌 이상 정답이 없는 법이다.


그렇다, 정확히는 내가 내 생각을 얘기하고 그런 욕을 들을까봐 무서워서 밑밥을 깔아두는 거다.


그래서, 만약 내게 그런 질문을 던진다면, 나는 아마 이렇게 되물을 것 같다.


결혼을 왜 하려는 건데?


애초에 결혼을 하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 나같은 경우는, 평생 함께하고 싶은 사람을 찾았고, 그 사람도 같은 마음이라는 것도 확인했으니, 사람들 앞에서 그런 소중한 약속을 하고 싶었고, 그래서 사회적으로도 서로가 서로의 반려자이며, 보호자이며, 배우자임을 보장받고, 함께 하나의 가족으로서 사회의 구성원이 되고 싶어서 한 것이었다. 


그러니까, 내 생각은 이렇다. 평생을 함께 하고 싶을 정도로 좋은 사람이 생겼다. 그래, 그러면 결혼을 고민할 수 있지. 그렇다, 애초에 결혼이라는 걸 생각하려면, 앞으로 남은 평생을 함께 할 정도의 마음은 있어야지. 


그러면 누군가는 아마 이렇게 반박을 할지도 모른다. 마음이 전부가 아니라고. 


그것도 맞는 말이다. 다만, 내가 하려는 말은 마음이 먼저가 되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거다. 마음이 생기고 나서 조건을 따지는 게 맞지, 마음도 없는데 조건만 보고 결혼을 해야겠다 생각을 하는 건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행복한 삶을 위한 결혼과는 거리가 있다는 뜻이다. 


그러면 누군가는 아마 이렇게 반박을 할지도 모른다. 마음도 여러 조건 중에 하나일 뿐이라고.


글쎄, 그 부분에서는 나는 또 생각이 다르다. 호감, 애정, 사랑, 그 사람의 마음을 무엇이라 부르든, 나는 사람의 마음으로 부족한 조건을 채워나가는 걸 많이 봤다. 그 사람의 돈벌이, 직업, 사회적인 위치, 가문, 가족력, 키, 건강, 생김새, 애초에 우리가 따지는 모든 조건이 완벽한 사람이 있겠는가. 누굴 만나도 어딘가는 맞지 않는 퍼즐일진대, 그 조건의 빈자리를 메꾸는 것은 사랑 아니면 가능한 것이 있을까 싶다.


사랑만으로 결혼하라는 뜻이 아니다. 사랑만으로 한 결혼도 불행할 수 있지, 그런 사례도 굉장히 많지. 다만, 결혼을 생각할 거면 애초에 사랑이든 애정이든, 서로가 서로에게 믿음을 가지고 이걸 확인하는 정도의 마음이 먼저 생긴 뒤에 생각하는 게 어떻냐는 뜻이다. 그래, 이것도 단정짓는 것이 아니라, 이게 어떻냐는 제안 정도다.


그러면 누군가는 아마 이렇게 반박을 할지도 모른다. 나는 조건을 보면 사랑이 생긴다, 조건을 통해 사랑이 생길 수도 있다고.


거기서부터는 가치관의 영역이다. 누구나 애정과 호감이 생기는 부분은 다른 법이니까. 뭐가 옳고 그르고, 뭐가 먼저고 뭐가 나중이어야 한다는 판단보다도, 서로 다른 기준에 대한 존중이 들어가야 맞는 영역이다. 그렇다, 본인이 그렇다면 그런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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