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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단풍 Dec 14. 2022

7. 사랑이 무어냐 묻는다면

퇴고없이 쓰는 글



사랑이 무어냐 묻는다면,

나는 잠든 그대의 저절로 움직이는 입술이라 할테요,

환자복을 입고 수척한 그대 볼에 피어나는 홍조라 할테요,

인상을 구기며 진통제를 누르면서도

내가 누운 소파의 불편함을 걱정하는

그대의 구겨진 눈썹 사이사이 깃든 것을 사랑이라 할테요.


구태여 사랑이 무어냐 묻는다면,

나는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힘겹게 기어올라와

목구멍을 단단하게 막아버리는 눈물이라 할테요.

팅팅 부어 좁아진 눈틈 사이로 흥건히 차올랐다가,

세상에 첫 발걸음 뗀 자의 울음소리가 들리면

씩 웃으며 솟아오른 광대뼈 위로 흘러버리는,

그 눈물 속에 담긴 것을 사랑이라 할테요.


그럼에도 사랑이 무어냐 묻는다면,

이불 속에서 팔에 꽂은 호스를 치우고

힘겹게 맞잡은 두 손에 담겨 있다 할테요.

배를 째는 고통, 수술실의 두려움,

상상력을 잔인하게 만드는 걱정과 근심,

그 모든 것을 눈 앞에 두고도 담대하게 하는

아주 작은, 맞잡은 두 손 안에 담긴 것을 사랑이라 할테요.


그것이 어디 있냐 묻는다면,

나는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을테요.

그것은 부재(在)나 부정(定)이 아니라,

가로저은 두 눈에 담긴 모든 곳에 있다는 뜻으로

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웃음으로 답할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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