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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단풍 May 18. 2023

감기

요즘 감기에 걸리면 꽤나 고통스럽습니다.     


일단 나이가 들어서인지 감기 그 자체가 주는 육체적인 피로감도 이전보다 더 심해지기도 했지만, 가장 큰 고통은 아이를 안을 수 없다는 겁니다. 이제 막 뒤집기도 시작하고 엎드려서 활짝 웃기도 하는 아이에게, 마주 웃어줄 수 없고 거침없이 애정표현을 해 줄 수 없다는 건 꽤나 고통스럽습니다. 집 안에서도 마스크를 쓰느라 턱에 땀이 맺히는 정도의 고통은 아무 것도 아닐 정도로요. 그래도 꾹 참는 건, 행여 나 때문에 아이가 감기에 걸리고 아파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 지금 감내하는 고통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더 큰 고통을 겪게 될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머리가 띵할 정도로 코를 풀어대고 목에서 피 맛이 날 정도로 콜록거리면서도, 먼 발치에서 아이가 뒹굴거리는 모습, 낑낑거리는 모습, 뒤집기를 한 다음 엄마의 얼굴을 보고 헤헷, 하면서 웃음을 흘리는 모습을 보면 언제 아팠냐는 듯 몸이 가벼워지기도 합니다. 몸을 칭칭 감고 있던 그 고통이, 진득하게 달라붙어있던 그 피로가, 절벽에 매달린 액션 영화 주인공처럼 떨어질 줄 모르던 그 감기가 아주 잠깐이나마 몸에서 사라지는 그 순간은 적절한 단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경이로운 순간이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면 사랑은 모든 것을 이겨내는 것 같습니다. 아이가 몇 번을 웃어도 결국 감기에 앓는 날 동안에는 거실에 누워 홀로 콜록거리겠지만, 자는 내내 머릿속에서 아이의 미소를 돌려보면서 제 입가에도 미소를 건 채로 잠들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그래서 요즘, 꼭 아이를 키우면서 감기에 걸린 것처럼 여기저기 눈치 보기에 고통스러운 요즘 세상에는 특히 더 사랑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모두가 그런 경험을 했으면 좋겠어요. 몸을 칭칭 감고 있던 감기가 잠시나마 떨어지는 기분. 나를 옭아매고 조르고 괴롭히던 세상을 잠시 잊게 해주고, 그걸 버텨낼 수 있는 멋진 추억을 만들어주고, 종국에는 이겨내고 웃음짓게 만드는 그런 사랑. 그걸 느끼는 사람도, 그 사랑 자체도 세상에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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