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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단풍 Sep 13. 2023

육아 브이로그


육아를 하게 되면서 소위 브이로그라는 것을 많이 보게 됐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아이를 어떻게 키우는지, 아침에 도대체 어떻게 일어나는지, 아이가 울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 보는 건 생각보다 재미있습니다. 몰랐던 것을 알게 되어 놀랍기도 하고, 우리 부부와 비슷한 모습을 보면서 안심하기도 합니다. 아이의 빨래를 개거나 장난감을 닦으면서, 하루를 편안히 마무리하기에 다른 사람들의 육아 브이로그는 좋은 선택지가 됩니다.


그러고보면 육아 유튜버들은 정말 대단합니다. 육아만 하기도 바쁜데 틈틈이 영상을 촬영하고, 그 영상을 가지고 편집하고, 인터넷에 올리기까지 하다니요. 때론 부럽기도 합니다. 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일상의 소중한 순간들을 언제까지고 영상으로 볼 수 있을테니까요. 기억에는 선명하지만 다시 보고 싶은 아이의 첫 웃음, 아이의 첫 뒤집기, 한 번 보여주고는 다시 보여주지 않는 이상한 표정이나 행동들, 웃음을 자아내게 했던 아이의 모습까지요.


그런 육아 브이로그에서 빠지지 않는 컨텐츠는 바로 택배 열어 보기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소비’ 그 자체가 육아 브이로그의 컨텐츠이기도 합니다. 주문했던 상품을 열어보거나, 선물을 열어보거나, 좋은 기회로 알게된 업체의 협찬 혹은 광고를 위해 상자를 열어보기도 합니다. 개인 방송의 운영에서 수익성을 빼놓을 수는 없기 때문에 그런 소비 자체가 그리 신경쓰이지도 않고, 오히려 몰랐던 정보를 알게 되어 유익할 때도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걱정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내게 필요한 물건이라면 찾아보면 되고, 내게 필요 없으면 무시해야한다고 생각을 갈무리해봐도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해지곤 합니다. 


“맘카페를 뒤져봤는데 이 물건에 대한 후기가 많더라고요.”

“알고 봤더니 제가 몰랐는데, 이걸 국민템이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써봤는데, 그렇게 불리는 건 다 이유가 있긴 하더라고요.”


아닙니다, 이런 전형적인 말이 기분이 나쁜 것이 아닙니다. 소비가 컨텐츠인 것이 잘못인 것도 아닙니다. 다만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두려움과 자기 성찰이 골자가 됩니다. 내가 아이에게 좋은 걸 많이 해줄 수 있을까? 나는 충분히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이렇게 항상 돌아보며 고민하게 되는 입장에서, 다른 사람들이 많이 쓴다는 물건을 사지 않는 것은 생각보다 마음 속에 커다란 돌덩어리를 놓아두는 행위가 되는 것입니다.


브이로그가 나쁘다는 지적이 아닙니다. 광고가 불편하다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육아를 하는 입장에서 본다면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광고가 아니더라도 자연스럽게 스쳐지나가는 물건들, 내가 쓰고 있지 않은 기구들, 내가 아이에게 사주지 않은 장난감들, 그런 것들을 봐도 마음이 무거워지지 않을 수 있도록, 마음을 단단히 여미고 시청하지 않으면, 안 그래도 걱정이 많은 육아가 두배로 힘들고 무거워질 수 있으니까요.


그러고보면 참 얄궂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편안하게 시청해야 재미있는 브이로그를, 마음을 단단히 여미고 보지 않으면 마음이 무거워지니까요. 하지만 육아란 그렇습니다. 내가 걱정하던 부분이 생각보다 수월하게 지나가기도 하는 반면, 내가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바짝 긴장하지 않으면 크고 작은 균열이 생기기도 합니다.


중요한 건 자책하지 않는 겁니다. 다른 사람이 그 물건을 다 쓴다고 해서, 내가 그 물건을 쓰지 않는다고 해서 못난 부모가 아니라는 걸 항상 기억해야합니다. 내가 세상 모든 것을 다 해줄 수 있는 부모는 아닐지언정, 세상 그 누구보다 내 아이를 사랑해줄 수 있는 최고의 부모임을 되새기며 자신을 사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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