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편 단편 소설
애초에 더위에 미련이 있을 수는 없다. 비오는 듯한 땀, 젖은 옷에서 나는 냄새, 몇 분이면 어지러움이 도지는 뜨거운 햇살. 그럼에도 매년 여름을 기다리는 건 그 시절의 푸른 숲과 속삭이는 나뭇잎들, 시끄러울만치 울어대던 매미들과 그 속에서 잠시나마 숨돌리던 소중한 순간들 때문이다. 또한 그 흘린 땀과 지워지지않던 옷의 소금기가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기 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그들을 심는 시간이 여름이기 때문이다.
흐르는 땀 닦기도 바쁜 지금 굳이 지나간 여름을 붙잡고 그리워하던 건 무엇 때문이었는지. 다만 그 땀들도, 그 녀석들이 피워냈던 것들도 이제는 달리는 열차 밖 풍경처럼 눈에 보이지 않을만큼 멀어졌다. 사실은 진작 손을 떠난 시기인데 괜히 빈 손을 쥐었다 펴 봤다. 분하기도 했다. 다분히 일방향적인 관계에서 오는 피로인지도 몰랐다. 그 녀석이 가져다 준 고통에 할만한 일은 다음을 기약하며 감내하는 것 뿐이니까.
분하고 노하기엔 아직 여름이 많이 남았다. 추운 겨울 대비하려면 가을에 열매를 맺어야하고, 그러려면 남은 시간 더 악착같이 농사를 지어야 한다. 겨울은 한참 남았는데도 올해의 바람은 유독 뼛 속을 이는 것 같다.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고, 큰 집을 지어 겨우내 잘 견뎌내면 또 다시 돌아올 여름 속 시원히 비웃어 줄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