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동갑 남매가 사는 법
사랑하는 동생. 오늘 드디어 결전의 날이구나. 편지를 쓰는 지금 경기까지 세 시간도 채 남지 않았네. 올 한 해도 수고가 참 많았어. 결승까지 올라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렇게 생각한 게 미안해지네. 내 기대보다 너는 늘 더 잘해 왔겠지. 누나가 몰라줘서 미안해. 사실 결승에 올라갔다는 이야길 듣고 걱정이 컸단다. 작년에 우승하지 못하고 아쉬워했던 게 마음에 걸려서 혹시나 올해도 준우승을 하게 되면 많이 속상해하고 상처 받을까 봐. 이런 나와는 다르게 너는 우승할 것만 생각하고 있다니 다행이야.
누나는 학창 시절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 살았는데 세상의 사람들은 그렇지가 않더라고. 심지어 부모님조차도 나에게 네가 열심히 하는 것은 알지만 좋은 결과를 보여달라고 한 적도 있었지. 그런 점이 어린 마음에는 상처가 되었는데 지금 보니 어느 정도 이해는 가. 그래도 누나는 너에게 좋은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말해주는 어른이고 싶다. 네가 그 과정에서 성장하고 네 스스로 만족할 수 있다면, 그리고 너 스스로도 정말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면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할 때도 있는 거라고.
누나는 잘 모르지만 오늘의 결과가 있기까지 너는 최선을 다했겠지. 1등 했다고 자만하지 말고 2등 했다고 좌절하지 말자. 우승은 우승대로 넌 그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또 다른 일을 해나갈 수 있는 자신감을 얻을 테고, 준우승은 준우승대로 너에게 좌절과 실패를 극복해 나갈 연습을 하게 해 줄 거야. 앞으로 살아가면서 원하는 것을 가질 날도, 갖지 못할 날도 무수하게 많단다. 원하는 것을 모두 가질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렇게 되면 언젠가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간절함과 얻고 나서의 기쁨도 적어지겠지. 갖기 어려울수록 가졌을 때 기쁜 법이더라고. 인간이기에 지난날에 후회할 수밖에 없겠지만 누나는 최대한 지나간 일에는 연연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 늘 지금 주어진 내 하루에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
누나는 어릴 적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잔소리 같고 별로 와 닿지 않았는데 나도 똑같이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네. 가족이란 어쩔 수 없나 봐. 그래도 너는 성숙하니까 누나의 말을 이해할 거라 생각해. 어린 동생이 있는 첫째 딸로 커서 그런가 크면서 별로 내 힘든 이야기를 부모님께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 어깨가 무거웠다고 해야 하나. 혼자 좌절하고 울기도 하고 그랬는데 너도 너 나름대로 비슷한 고충이 있겠지.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형제자매가 있었다면 좀 더 의지되었을까 싶기도 하고. 그래도 누나는 너를 사랑한단다. 늘 함께하지 못해도 동생이 있다는 사실은 참 든든한 일이야. 내 동생 항상 건강하고 남은 올해도 잘 보내고 내년에도 잘해보자. 힘든 일이 있을 땐 언제든 누나에게 기대도 된다. 내 동생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