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양이 Aug 31. 2019

동생에게 쓴 편지, 두 번째

띠동갑 남매가 사는 법



고등학생이 된 동생에게


안녕 동생. 요즘 공부하느라 바쁘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벌써 고등학교 입학하고 한 달이 지났네. 그 사이 적응은 잘했는지 궁금하구나. 들어가고 싶다던 모의유엔도 당당하게 합격하고 참 자랑스럽네. 너는 늘 누나가 생각하던 것보다 더 잘해주는구나.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해내고 그것을 쟁취해 가는 과정에서 많이 성장하리라 믿어. 엄마는 너의 꿈이 매일 바뀐다며 웃었지만 매일매일 다른 꿈을 꾸면서 이런저런 일들에 관심을 가지다 보면 언젠가 네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게 될 거야. 물론 네가 간절히 바라던 그 일이 막상 해보면 재미없을지도 모르고 하기 싫었던 일들이 하다 보니 재미있어 질지도 몰라. 누나는 사실 대학교에 갈 때만 해도 하고 싶은 게 없었거든. 그냥 막연히 좋아 보이는 직업이나 멋들어진 것들에 관심을 가져보긴 했지만.(요리사 라던지 디자이너 라던지)


대학교에 와서도 수업이 재미가 없고 참 시간낭비를 많이 했어. 어릴 때부터 절실히 꿈을 쫓아가는 친구들을 참 부러워했지. 그러다가 대학교 3학년쯤인가 마케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나서부터 열심히 살게 된 것 같아. 결국 원하던 회사도 들어갔고. 근데 하다 보니 내 생각과는 다르고 별로 보람도 없더라고. 하고 싶은 꿈을 이뤘는데 그게 행복이 아니란 걸 알았을 때 참 절망적이었어. 그 후에 여러 과정을 걸쳐 지금의 일을 하게 되었지. 결과적으로 지금 하는 일은 참 마음에 들어. 그래서 느낀 점은! 뭘 하든 간에 열심히 최선을 다하면 또 새로운 길이 있다는 거야. 기회는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찾아올지 모르니 늘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는 거지. 지금은 쓸모없어 보일지 모르는 것들이 언젠가 너를 구원할 동아줄이 될 수도 있단다. 


누난 요즘 그 생각을 참 많이 해. 회사에서 마주치는 모르는 분들에게 인사 잘하기, 항상 밝게 웃기, 나보다 나이가 어린 후배들이나 다른 회사 직원에게도 좋은 인상 남기기. 이런 것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 줬다고 말이야. 올바른 일은 소리 없이 행해도 저절로 그 티가 나기 마련이니 항상 올바른 마음가짐과 몸 가짐을 가지고 살아가길 바라. 체력적으로도 힘에 부칠텐데 건강관리 잘하고. 고등학교 3년은 자신과의 싸움이니까 무엇보다도 멘탈관리도 잘하길 바랄게. 시험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스트레스받는 지난 일들은 얼른 털어버리고 내일을 준비하렴. 시간이 지나면 너도 알겠지만 공부나 성적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니까 부담 갖지 않았으면 좋겠어. 중요한 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너의 중심이 바로 서는 거거든. 그러면 깊은 구덩이로 떨어졌을 때도, 실패가 수십 번 반복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단다. 결국은 다시 일어나는 사람이 이기는 거야. 언제나 응원할게. 동생을 사랑하는 누나가.




이전 11화 동생에게 쓴 편지, 첫 번째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