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review moments

시간 있으면 나 좀 좋아해 줘

by 사색의 시간

<시간 있으면 나 좀 좋아해 줘>는 7년 전쯤 나온 소설책이다. 나 역시 그쯤부터 이 책을 알고 있었다. 알고 있으면서도 읽어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제목이 너무 귀여웠기 때문이다.


이번에 소설 수업을 들으려고 준비하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읽으면서 생각했다.

'이런 건 줄 알았으면 진작 읽을 걸.'

생각보다 축축하고 척척한 이야기였다. 일단 나에겐 전혀 귀엽지 않았다. 그 점이 좋았다. 동네 슈퍼와 대형마트, 주인공 할머니의 암 선고 같은 굵직한 선들 사이로 촘촘하게 엮여가는 감정선을 보는 재미가 있다.


율이가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것도, 그곳에서 여자 친구를 만난 것도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다. 궁합도 안 본다는 네 살 차이 여자 친구와 마트에서 마주칠 때마다 저렇게 사람 녹이는 웃음을 짓겠지.


나는 왜 그렇게 주인공이 질투하는 장면이 재밌었는지 모르겠다. 주인공이 율이와 여자 친구를 질투하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너무 재밌었다. 아니 질투하는 심리가 이렇게 재밌을 일인가? 뭐 눈엔 뭐만 보여서 그런 건가? 나는 질투라는 감정을 좀 부끄럽게 생각해서 잘 드러내려 하지 않았다. "와 부럽다!" 하고 외치면서 부럽다는 걸 아무렇지 않게 표현할 수 있는 척을 했을 뿐 속으로 얼마나 질투에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는지는 드러내지 않았다. 물론 그걸 현실에서 드러내는 사람은 드물겠지만 (드물다고 생각하나 의외로 꽤 많을지도). 이렇게 글로 읽으면 재밌을 수도 있구나. 나중에 나도 한 번 질투하는 심리를 묘사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시간 있으면 나 좀 좋아해 줘]는 주인공의 대사일 거라 추측했으나 그렇지 않았다. 소설 속 누군가가 그 말을 하는 클라이맥스를, 다른 사람들도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이 한 말은 아니었지만 그 말이 주인공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켰다. 종종 사람은 자신이 필요한 말을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통해 듣지 않던가.


이 책에서 나는 처음으로 '심사평'이라는 챕터를 읽어보았다. 그동안은 어디서 수상을 했다는 소설책을 읽어도 뒤에 딸린 심사평은 펼쳐보지 않았다. 그건 말 그대로 '딸린' 거라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이 글을 읽었는지 궁금했다. 놀라운 것은, 심사위원들이 정말 꼼꼼히 신중하게 이 글을 읽고 평가를 했다는 사실이었다.


심사평이라고 하면 그냥 딸랑 두세 줄 정도 남겨놓지 않았을까 하는 나의 편협한 상상과 달리 소설 깊숙이 들여다보고 작가가 고민했을 법한 지점을 함께 고민하는 듯한 자세로 평을 써나간 것을 보고 조금 놀랐다. 심사위원이 적지도 않았다. 꽤 많은 심사위원들이 한 사람 한 사람 돌아가며 소설에 대한 평을 하고 있는 것을 읽으면서 와, 이 소설 되게 사랑받았구나. 하는 느낌마저 들었다. 신랄하게 아쉬운 면을 지적하는 평에 대해서도 그랬다.


마지막에는 한 소설가와 저자가 인터뷰를 한 인터뷰 글까지 있었다. 인터뷰를 통해서는 작가 본인에 대해서 조금 더 들여다 보기도 했다. 그러니까 이 한 권의 소설책을 읽음으로써 작가가 그려낸 이야기와, 여러 명의 심사위원들의 이야기와, 작가 자신의 이야기와, 작가를 인터뷰한 소설가의 이야기까지 모두 들여다본 셈이었다. 그래서인지 무척 알찬 소설로 기억될 것 같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체계화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