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처음 가봤다
연휴를 맞아 아빠의 아지트에 다녀왔다. 꽤 오래 전부터 아빠가 아지트 만들었다고 같이 가보자고 했는데 줄곧 거절해왔다. 동생에게 아빠 아지트에 가본 적 있냐 물었더니 고개만 저었다. '아빠는 우리에게 아지트를 보여주고 싶어하는데 왜 우리는 아무도 가보지 않았을까?'하는 의문이 생겨서 이번에 가보았다. 아지트는 어렸을 적 할머니 집을 재현해놓은 듯한 풍경이었다. 리어카도 있고 솥도 있었다. 그곳에서 아빠는 참 생기 있어 보였다. 그 공간을 일구어 간다는 것에 대해 자랑스러워하고 뿌듯해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덕분에 녹색을 많이 보았다. 5월 목표 중 하나가 수목원 가보기였는데 이룬 셈이다.
오랜만에 막걸리도 마시고 곰탕도 먹었다. 엄마 아빠를 데리고 인스타 갬성의 카페도 가보았다. 주인분이 엄마 아빠한테 워낙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나도 모르게 더치커피액을 구매했다. 동생이 퇴근하자마자 데리고 꽃구경을 나갔다. 투덜거리는 동생을 보며 승질이 났지만, 돌아오는 차 안에서 곯아떨어진 녀석을 보며 '아 이렇게 피곤한데도 누나 왔다고 같이 나와줬구나'하면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투덜거리면서도 내가 궁금해하는 꽃 이름을 친절하게 다 찾아주던 동생. 동생이 찾아준 꽃의 이름은 수레국화였다. 파란꽃이 펼쳐진 풍경이 색다르고 신비하게 느껴졌다).
가족과의 시간은 늘 어딘가 긴장되고 (내가 승질 낼까봐) 힘들었는데 이번에는 그냥 편안하게 다녀온 것 같다. 아빠도 내가 기분이 좋아보여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각자의 일에 대해서 말하지 않더라도 어쨌든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이따금 한데 모이곤 할 것이다. 논과 논 사이로 자전거 타는 풍경을 볼 수 있어서, 나 또한 그러한 기억을 가지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내가 누구인지 말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건 그런 기억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늙은 아버지가 어릴 때 살던 집을 재현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