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프 마라톤 도전해보려고 했는데 마라톤이 계속 취소되고 있다. 마스크 없이 뛸 날이 올 지 모르겠다. 그래도 조금씩 거리를 늘려놓아야겠다는 생각에 오랜만에 뛰어보았다.
어제는 좋은 에너지로 충만한 하루였다. 너무 재밌어서 하루가 끝나 이불 속으로 들어가는 게 아쉬울 정도였다. 이불 속으로 들어가는 게 아쉽다니, 와, 이런 적이 언제 있었더라? 신기해하며 누웠다.
어릴 때 엄마는 종종 말했다. "나중에 너 같은 딸 한 번 낳아봐라!" 어린 마음에 상처가 컸다. 어떻게 그렇게 심한 말을 할 수 있지? 나는 그런 참사를 막기 위해서라도 아이를 낳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지금은 '나 같은 딸이 뭐 어때서. 나 없으면 엄마 심심해서 어떻게 살았겠어.'하며 뻔뻔하게 군다.
어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를 나로 생각한 게 모든 고통의 근원 아닐까. 나라는 인간을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부터가 잘못된 거 아닐까. 엄마의 말이 오버랩 되면서 '만약 내가 나의 아이라면 나는 이 아이를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한번도 가져본 적 없던 관점이었다. 내가 나의 아이라면.
믿어줄 거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다. 믿어줄 거라고 생각하니 눈물이 났다. 나일 때는 믿을 수 없었던 인간이 나로부터 벗어나자 믿는 게 가능해졌다. 못미더운 인간이어서가 아니라 나여서 못 믿었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나한테 너무 혹독했던 게 아닌가 싶었다.
그리고 오늘 하루가 어땠는지 물어봐줄거다. 아이는 기쁜 일을 말해줄 수도, 나빴던 일을 말해줄 수도, 오늘은 말하기 싫다며 입을 닫을 수도 있다. 답이 있으면 대화를 할 것이고 없으면 잘 자기를 바랄 것이다. 어떤 하루를 보내든 너를 응원하고 있다고, 저녁이 되면 '오늘 하루는 어땠니' 물을 것이다.
아침을 챙겨줄거다. 점심과 저녁은 알아서 먹겠지. 아침은 차려주고 싶다. 졸린 눈을 비비며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이니까. 실제로 나의 엄마는 밥을 굉장히 잘 챙겨주셨다. 나의 동생들은 '제발 알아서 먹을테니 놔두라며' 고통스러워했다. (엄마는 애들이 잘 먹는다 싶으면 질릴 때까지 먹인다) 나는 가볍게, 간단하게 차려줄 거다. 그 정도가 좋다.
내가 나의 아이라면, 분명히 알 것이다. 이 아이는 절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하지만 내가 나라고 생각했기에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에 고통스러웠다. 아이라고 생각해본다. 하루종일 뭘하는지 궁금하지만 티내지 않고 슬쩍 물을 것이다. '오늘 하루 어땠니.' 답이 온다면 기쁘게 받을 것이다. 나의 말 한 마디에 기뻐하는 것. 자신을 대하는 새로운 태도가 될 지도 모르겠다.
결국 사랑은 삶으로 증명된다. '엄마 아빠는 날 사랑하지 않아!' 라며 씩씩거리던 어린 아이가, 이제는 '내가 어떻게든 살아가는 걸 보면 엄마 아빠가 날 많이 사랑해줬나보다' 라는 생각을 한다. 어제 엄마랑 전화를 했다.
나 : "사랑해."
엄마 : "응."
나 : "엄마도 해 봐."
엄마 : "사랑한다."
나 : "어떻게 사랑한다고 하는데 응이라고만 해?"
엄마 : "우리집이 그렇잖아."
엄마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다. 그냥 우리집이 그런거다....-_-...
사랑한다고, 엄마도 사랑한다고 해보라고 말하는 딸이라니. 사랑스러운데? 이 아이 좀 괜찮은 것 같다. 그렇게 되기까지 20년 넘게 걸린 점은 고려해야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