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이 해결해줄지도 몰라

work out

by 사색의 시간

트레이너의 메시지에 답장하지 않은 채 일주일이 흘렀다. 추가 결제를 하라거나 다음 일정을 잡자는 말들이 재촉으로 느껴졌다. 그것도 그 사람의 일이겠거니 생각하지만, 나는 나의 페이스대로 가고 싶었다. 지금 남은 회차를 모두 소진한 다음 추가 등록을 결정하고 싶었고 일정은 매주 금요일에 정하고 싶었다.


그러니 그런 메시지를 보내지 말아 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어색해질까 봐 그러지도 못했다. 왜 답이 없냐고, 무슨 일 있냐고 (역시나 재촉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메시지에도 답하지 않았다. 그렇게 일주일이 흐른 상태였다.


"일요일에 시간 언제 되세요?"


나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의 스케줄을 물었다. 그리고 일요일에 만났다. 내가 헬스장에 도착했을 때 그는 벤치와 기다란 봉을 준비해두고 있었다. 힙 스러스트를 할 거라고 했다. 40kg, 50kg, 60kg. 무게가 자꾸만 높아졌다. 나는 묵묵히 개수를 채웠다.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가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는 것이.


"다음 시간엔 70kg 해보자. 건장한 사람 하나를 드는 셈인 거지."


60kg를 들었다는 성취감과 70kg를 들게 될 것에 대한 기대가 몰려들었다. 운동은 롱풀로 넘어갔다. 내가 항상 어려워하는 운동이다. 어깨를 뒤로 최대한 접으라는데 어깨를 어떻게 접는단 말인가. 그래서 롱풀을 할 땐 매번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았다.


역시나 아무 일 없다는 듯 내 운동을 도와주는 그를 보며 '아, 아무것도 아니었나. 내가 괜히 소심하게 생각했나' 싶었다. 그러면서 점점 운동에 몰입할 수 있었다. 다음 운동은 '크랩'이었는데 중량을 걸고 한 발씩 게처럼 걷는 거였다. 무척 힘들었다.


거칠게 숨을 몰아쉬자 트레이너는 만족스러워했다. 운동을 하면서 힘든 티를 잘 내지 않는 편이어서 내가 힘든 내색을 하면 트레이너는 뿌듯하다며 유독 즐거워했다. 마지막으로 데드리프트까지 마치고 나서야 그가 물었다. 무슨 일 있었냐고, 왜 연락을 씹냐고. 그때 나는 이미 웨이트로 흠뻑 땀을 흘린 참이었고 기분은 상쾌하고 가벼웠다. 그냥 좀, 바빴어요. 그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는 대신 가볍게 넘기기를 택했다.


워크아웃이란 단어는 '운동'이라는 의미이기도 하고 두 단어 사이에 띄어쓰기를 하면 '해결하다'라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나는 그 단어가 마음에 들었다. 몸을 열심히 움직이면서 땀과 함께 감정을 밖으로 흘려보낸다. 그러면 무언가 해결이 되기도 한다.


운동을 마치고 집에 오니 그의 메시지가 와 있었다.

[추가 등록 생각해봤어?]

나는 가볍게 손가락을 놀려 답장했다.

[아뇽]


모든 게 심플해진 기분이다. 금세 또 무거워지고 진지해지고 소심해질지라도 나는 운동을 하러 갈 것이다. 땀을 흘리고, 바벨이 무거운 나머지 걱정을 잊을 것이다. 그러는 동안 내 안에서 해결되지 않은 것들이 조금씩 정리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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