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에너지가 흘러들어온다

걷는 시간

by 사색의 시간

어제는 오랜만에 걸어서 퇴근을 했다. 지도 찍어보면 대략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고 나오는데, 늘 1시간 30분을 훨씬 초과한다. 걸으면서 시장 구경하고 새로 생긴 가게에 들어가 보기도 하느라. 옆동네 반찬가게에서 제로 페이 결제가 되지 않았다. 알고 보니 옆동네는 내가 사는 곳과 다른 구였다! 이렇게나 가까운데. 옆동네의 친절한 안경가게에서도 제로 페이를 쓰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한 시간쯤 걷다 보면 남은 30분이 매우 길게 느껴진다. 지금이라도 지하철이든 버스든 탈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걷는다. 걸을 수 있다는 걸 아니까. 내가 걸을 수 있고 그 길을 마침내 모두 걸었다는 사실은 알게 모르게 뿌듯함을 준다.


걷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약간 바뀐다. 하루 동안 웅크려있던 에너지를 정렬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팔과 다리를 힘차게 뻗으면 점점 몸 안에 생기가 도는 것 같다. 사무실에서 종종 소심해지고 눈치를 보고 마음을 졸이는 건, 업무 때문이 아니라 가만히 앉아 상체를 앞으로 구부리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걷는 동작은 웅크린 자세와 마음에서 벗어나게 해 준다.


사실 내일모레 6km 뛰어야 된다는 거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저번 주에 5km 뛰다가 중도 포기했기 때문이다. 저저번 주엔 5km 안 멈추고 달리기 성공했는데 왜지? 원인을 찾다 보니 저번 주엔 오전에 헬스를 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게 힘들었구나. 그래서 어제도 헬스나 달리기 대신 걷기를 택했다.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서. 그렇지만 걸으면서 오히려 좋은 에너지를 잔뜩 충전한 기분이다. 맛있는 것도 사고 말이다. 웨이트든 러닝이든 걷기든. 나를 위해 적절히 움직이고 있다. 잘하고 있다.


*최근 도움받은 것과 변화들

-스미스 머신으로 힙 스러스트를 해보고 싶어서 머신 주위에 알짱대고 있었다. 스미스로 운동하고 계시던 분이 자기는 다음에 하면 된다고 나한테 머신을 양보해주셨다. 감사합니다. 혼자 힙 스러스트를 하고 뿌듯한 마음으로 다음 운동을 하러 벤치로 이동했는데, 벤치를 세우는 법을 몰라 허둥대고 있었다. 그때도 뒤에 있던 분이 다가와 벤치 높이를 조정해주셨다. 감사합니다...ㅠㅠ 덕분에 그날 운동은 정말 하고 싶었던 대로 개운하게 다했다.


-가지고 싶었던 물건이 있었는데 내가 가지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자 그걸 갖고 있던 분께서 '나는 안쓰니까 드릴게요' 하고 흔쾌히 주셨다. 너무 신기하고 기뻤다. 감사합니다 잘 쓸게요..!


-직장 동료들과 잘 지내고 있다. 이전 직장에서 나는 말도 안 하고 같이 다니지도 않고 '제발 나를 그냥 가만히 놔두세요'라는 기운을 내뿜으며 다녔는데, 이번 직장에서는 사람들과 말도 잘하고 같이 어울려 어딜 가기도 한다. 이것도 되게 신기하다. 내가 바뀐 걸 수도 있지만 좋은 동료들 덕분이다. 이.. 이렇게 직장 생활을 하는 건가? 싶으면서도 재밌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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