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km를 달렸다

by 사색의 시간

어제는 월드비전 6km 마라톤이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회 대신 '알아서' 6km를 뛰는 것이기 때문에 동네 사람들끼리 저녁에 뛰기로 했다. 저녁이 되기까지 이런저런 할 일들을 생각해뒀는데,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왜 이렇게 아무 것도 못하겠지? 기분을 살피니 긴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예전에 10km를 나가본 적 있지만 그땐 걷다 뛰다 마음대로 달렸다. 이번에는 멈추지 않고 달리겠다는 마음을 먹으니 떨렸던 것 같다.


지칠까봐 밥을 든든하게 먹고 갔는데 그러면 안된다는 것을 나간 뒤에야 알았다. 공복에 어떻게 뛰지...? 난 운동하기 전에 늘 뭔가를 챙겨먹는 편이라 아무 것도 안 먹고 나온 다른 사람들이 궁금했다. 처음부터 나는 천천히 뛸거라고 했고, 그래서 다른 한 분과 뒤에서 천천히 뛰었다. 그 분이 페이스메이커를 너무 잘해주신 덕분에 중간에 멈추지 않고 6km를 완주할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월드비전에서 티셔츠와 메달과 배번표를 택배로 보내줬기에 티셔츠를 입고 배번표를 달고 뛰었다. 그런데 배번표에 아프리카 아이의 사진과 이름과 나이가 찍혀있다. 그 아이를 위해 뛴다는 취지에서 만든 것이겠지만 나는 택배 봉투에서 배번표를 꺼내는 순간부터 그 사진이 가슴 아팠다. 카메라를 노려보는 아이의 얼굴이 그다지 편하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편하게 촬영했을까? 굳은 얼굴에서는 쉽사리 그런 장면이 떠오르지 않았다.


마라톤이 끝나고 옆에 있던 분을 보니 그 분 배번표에 담긴 아이도 카메라를 노려보고 있었다. 배번표를 가리키며 물었다. "그런데 아이들이 별로 사진 찍기 싫어하는 표정이지 않아요?" 옆에 있던 분이 잠깐 생각하더니 "그렇게 좋았을 거 같진 않아요."라고 답했다. 타인의 가난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나는 운동으로 뛰었지만 그들에게 6km는 매일 물을 구하기 위해 걸어야하는 일상의 고됨이다. 이렇게라도 함게 하는 것이 맞는걸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면 다행이겠지만, 돌아오는 길 마음이 복잡해진 것은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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