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by 사색의 시간

동네에 '명품'이라는 단어를 간판에 달고 있는 펫샵이 있다. 나는 강아지 품종을 잘 모르지만 그곳 철장에 갇혀있는 강아지들은 명품으로 분류되는 아이들일거다.


그곳을 지나갈때마다 마음이 좋지 않다. 어떨 때는 화가 난다. 강아지들은 대부분 힘 없이 누워있는데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오늘 산책을 하다 강아지 한 마리를 마주쳤다. 며칠은 씻지 않은 듯 꼬질꼬질해서 혹시 유기견이 아닌가 싶었다. 목줄을 하고 있는걸 보니 유기견은 아닌 거 같기도 하고.


내가 멈춰서서 바라보고 있으니 강아지도 멈춰서서 나를 보았다. 잠시 보다가 다시 제 갈 길을 갔다. 나는 눈을 떼지 못하고 강아지를 계속 보고 있었는데, 강아지가 그 명품 펫샵으로 들어갔다.


아. 저기 있는 강아지인가보다. 녀석이 유기견이 아니라는 것에 안도했다. 그럼에도 꼬질꼬질한 모습이 자꾸 어른거렸다.


명품이라는 낱말이 이렇게 낯뜨거운 의미였나. 아무것도 모른 채 그 의미를 덧입은 강아지들을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산책길이 먼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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