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보적 존재

by 사색의 시간
외할머니집 마당


잊고 있던 게 있다. 가족 관계에서 내가 독보적 존재라는 사실이다. 친가에선 아들이 아빠 하나 뿐이라 내가 유일한 친손녀이고 외가에선 다들 아들을 낳아 내가 유일한 외손녀였다. 어릴 때부터 할머니의 소중한 것과 외할머니의 소중한 것들이 모두 내 손에 쥐어졌다. 이번에도 외할머니의 가장 예쁜 것이 내 몫이 되었다. 사랑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가 인지하는 나의 과거가 점점 변한다. 처음으로 10대와 20대를 긍정하게 된 건 호주에서였다. 아니 서른이 된 덕분이었을까. 둘 다 맞는 것 같다. 평생 살아온 땅을 떠나 그간의 인생을 돌아보는 타이밍이 적절했다. 10대의 나와 20대의 내가 살아낸 덕분에 30대의 내가 이렇게 되었구나. 과거의 나에게 진심으로 고마웠다. 오랫동안 어둡게만 생각했던 과거가 한순간에 뒤바뀌었다. 인식의 전환은 허무하리만큼 쉽다. 스위치를 오프에서 온으로 누르는 것과 같다. 스위치까지 닿는 길이 빡셀 뿐.


최근에는 10대 이전의 유년시절마저 꽤 괜찮아졌다. 여전히 난리법석이었던 기억이지만 그 속에서도 나는 지극한 사랑을 받고 있었구나, 하는 인식이 생겨났다. 말이 없던 할머니도 잔소리가 많던 외할머니도 다 나를 사랑했다. 상처많은 아빠도 맹목적인 엄마도, 모두모두.


내 인생에서 나는 언제나 독보적인 존재였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외가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