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앤 슬로우

by 사색의 시간
좋은 것일수록 그것을 얻는 데에는 긴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 고든 리빙스턴


최근 똑같은 메시지가 반복해서 나타나는 경험을 했다. 책을 봐도 영상을 봐도 [좋은 것은 빨리 오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에게로 왔다. 왜지? 뭘 늦게 주려고 그러지? 싶었다.


빨리 오는 게 좋은 거 아닌가? 좋은 거라도 늦게 오면 의미가 있나? '좋은 것은 늦게 온다'는 것을 받아들였지만 머릿속에서는 다양한 가치들이 상충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G7kjpy1pG0


그러다 이 영상을 보고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왜 좋은 것은 나중에 오는지. 나중에 올수록 좋을 수 밖에 없는지. (사실 이해 안되서 여러 번 봤음)


뇌에는 '보상체계'가 있다. 원하는 것을 즉각적으로 얻는 걸 반복하면 '노력 끝에 원하는 것을 얻는' 보상체계가 망가져버린다. 스마트폰을 하고 싶다 -> 스마트폰을 함. 맛있는 걸 먹고 싶다 -> 맛있는 걸 먹음. 이런 것들이 즉각적인 보상이다.


보상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도파민'이다. 도파민은 쾌감을 담당하며 어떤 일을 어렵게 수행하면 그만큼 성취감이라는 쾌감을 준다. 한편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점점 더 자극적인 것을 원하기도 한다.


쉽게 쉽게 원하는 대로 얻는 것이 반복되다보면 이 세상에 쾌감을 느낄만한 것들이 더 이상 남지 않는다. 즉각적인 보상체계에 익숙해져버린 도파민은 더 이상 쾌감을 만들어낼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그러면 영상에서 말하는 대로 "정말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우리는 스스로 일어설 수 없을지도" 모른다.


원하는 것을 노력 끝에 얻는 인내 또한 근력처럼 연습해서 다져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영상에서는 이것을 '지연 약속'이라 부른다. 원하는 것을 아예 안하면 괴로우니까 구체적인 시간을 정해놓은 뒤 원하는 것을 누리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노력해서 원하는 걸 얻는 보상체계를 견고하게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불과 몇달 전만 해도 나는 성취감을 느낄 수 없었다. 뭘해도 무기력했다. 주위에선 '넌 정말 잘하고 있어!'라고 말해줬지만 정작 나 자신이 그걸 느끼지 못했다. 부정적인 생각 때문이라고 여겼는데, 바로 이 도파민 때문이었다. 즉각 이뤄져야 하는데! 왜 즉각 안이뤄져! 이걸론 안돼! 더 대단한 걸 하란 말이야! 하면서 불평에만 가득차있던 도파민 녀석.


왜 그렇게 열심히 명상을 했나 돌아보니 살려고 그랬던 것 같다. 도파민 녀석을 잠재우려고. 그래서 감각을 되돌리려고. 지금 나는 '이뤄짐'보다는 나의 태도에 깨어있으려 한다.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시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과정'이라 생각하는 순간 그 과정 끝에 결과가 있음을 알고 결과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아무 것도 아닌 지금 이 순간. 여기에만 깨어있는다.


왜 이런 메시지가 나에게 왔을까? 하는 궁금증으로 시작한 글인데 마무리를 하려고 보니 이런 결론이 나왔다. '내가 지금 좋은 것을 향하는 길을 걷는 중이라고 알려주고 있구나'. 그래. 급할 것 없다. 천천히 하면 된다. 마음을 놓는 순간, 오히려 모든 일이 순조롭게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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