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드를 먹기로 결심하는 일

by 사색의 시간

어제 저녁 : 김밥 VS 샐러드

결과 : 김밥 승


오늘 아침 : 구내식당 조식 VS 샐러드

결과 : 조식 승


오늘 저녁에 샐러드를 먹을까말까 고민하고 있다. 전적을 보니 샐러드가 이길 것 같지가 않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건 차라리 쉽다. 하루에 천 번 감사하는 것이 차라리 쉽다. 음식을 바꾸는 일이 이렇게 어려웠다니. 이제야 진짜 수행의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건 다 해봤다고 생각했다. 사는 곳을 바꾸고, 사는 시간을 바꾸고, 인간 관계를 바꾸라길래 그렇게 했다. 어제 '운명을 바꾸는 명상'을 듣는데 이런 구절이 나왔다.

"인스턴트와 육식에 길들여졌다면 얼마 간은 채식만 해보십시오."

하......이것도 해야 하는데. 자신이 없었다. 차라리 집을 바꾸고 리듬을 바꾸는 게 낫다.


오늘 아침에도 샐러드볼을 집어 들었다가 '너무 작아...'하면서 내려놓고 조식코너로 달려갔다. 왜 이렇게 음식을 바꾸는 것이 어려운가 생각해보니 음식은 감각적 쾌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것들을 누리지 못하면 괴로워질거라는 생각이 깔려 있었다.


샐러드를 먹기로 결심하는 일은 스스로 쾌락에서 멀어지겠다고 결심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쾌락이 뭐길래. 한 시간 남짓 누릴 수 있는 맛과 식감을 포기하는 것 뿐인데, 이게 뭐라고 엄두가 나지 않을까. 안되겠다. 지금 내려가서 샐러드를 사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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