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까지 300일, 솟아날 구멍은 있는가 (1)

인생을 실험하기

by 사색의 시간

2년짜리 계약직 비서.

이미 끝이 보이는 시작이었다.

입사와 동시에 사무실 분들의 걱정어린 조언을 들어야 했다.

"여기 있는 동안 자격증이라도 따서 나가."


전에 있던 사람은 여기서 중국어 5급을 따고 나갔다고 했다.

잠시 거쳐가는 자리에서 잠시 거쳐가는 사람으로서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직장은 좋았다.

사람들도 업무도 힘들지 않았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2년 밖에 다니지 못한다는 것.


같이 일하는 분들은 고학력에, 전문직, 안정적인 분들이 많았다.

초기에는 열등감이 심했다. 석사를 가야 하나, 나도 전문직 시험을 쳐야 하나 고민했다.

주위에 전부 그런 분들만 계시니 나도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애꿎은 토익 단어장만 괴롭혔다.


너 왜 그렇게 애쓰냐.


친구의 한 마디에 정신을 차렸다.

그래, 내가 언제 공부했다고.

맞지 않은 옷을 입으려 낑낑대는 내 모습이 보였다.


그렇게 정신을 차리고 나만의 길을 찾았더라면

지금 이렇게 똥줄이 타지는 않을 것이다.


적당히 일해서 받은 작고 소중한 월급을

성실하게 탕진하는 동안 1년이 흘러버렸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어제 쓴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