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올 한 해 당신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사람은 누구인가요?
k요. 함께 했던 시간 동안 그가 보여준 모습들이 제게 영감이 되었어요. 저는 저를 보여주지 않으려고 애쓰는 사람이었거든요. k는 자신의 삶을 전부 드러내 보여주는 사람이었어요. 덕분에 잠시나마 그의 삶 속으로 들어가볼 수 있었죠. 그가 자신의 루틴을 지켜나가는 것을 보며 반면 나의 일상은 얼마나 타인에 의해 쉽게 무너지는지 와닿기도 했어요.
k가 책상에 앉아 무언가를 쓰는 모습을 봤는데 그게 저한테 되게 인상적이었나봐요. 그를 따라 무언가를 계속 쓰려고 하고, 루틴을 만들려고 애썼던 것 같아요. 저를 드러내는 일 역시 예전보다는 좀 편해졌달까요. k를 보면서 저렇게 하면 되는구나. 저래도 되는구나. 배우고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k를 볼 수 없게 되었을 때 명상을 시작했고요. 이래저래 올 한 해 저를 가장 많이 뒤흔든 인물이군요.
올해 내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이 왜 하필 k일까 생각해봤어요. 글에 대한 나의 열망을 알아봐줬기 때문이었어요. 그걸 알아볼 수 있었던 건, 그 역시 나와 비슷한 열망을 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죠. k 덕분에 2020년에는 숨기고 있었던 마음이 드러났고, 그걸 스스로 받아들이고, 나아가 내가 누구인지 인정하고 선포하는 한해가 되었네요.
작가라는 호칭을 듣는 것이 부끄러웠고 작가 '지망생'이라는 호칭조차 남사스럽다고 느꼈거든요. 지금은 겉으로 어떻게 보이든 나 자신에게 만큼은 작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전히 남들에게 '나는 평범한 직장인입니다'라고 소개할지라도 내 안에서는 조금씩 작가가 되어가는 중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기분이랄까요. '와 큰일났다'하는 생각과 함께 심장이 덜컹 내려앉기도 하지만 동시에 안도감도 드는 기분. 한 해의 끝에서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여기에 와 있고, 그 시작에는 k가 있었던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