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뇌인간의 명상일기 27
오늘은 몸을 들여다보는 신체 명상을 했다.
배가 좀 아팠기 때문이다.
신체에 고통이 느껴지면 덜컥 무섭다.
아프면 안된다.
아프면 큰일난다.
그런 두려움에 빠져버린다.
좀 아플 수도 있지.
그렇게 가벼운 마음이 잘 안 먹어진다.
배만 조금 아파도
온갖 심각한 병명들이 머리 속에 떠오른다.
왜 이렇게 배가 아프지.
어제 뭘 잘못 먹었나.
아이스크림은 먹는 게 아니었는데. 먹지 말 걸.
온갖 후회까지 한다.
나는 지금 무릎을 좀 다쳐서 거의 9개월간 고생중인데
사실 '아픔'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어서 그렇지
무릎이 조금씩 낫고 있는 중이긴 하다.
처음보다 훨씬 호전되었고 매일매일 호전되고 있다.
근데도 '여전히 아프다'는 것에만 집중해서 걱정을 하고 있다.
낫고 있는 건데도.
마음이든 신체든
'조금도 아픔을 느끼지 않으려는'
나의 엄청난 에고가 느껴지는 명상이었다.